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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dition Brot 전통 빵

비스바덴에서 만난 역사가 있는 전통이라고 이름 붙은 독일 빵

by 연우

온천으로 유명한 비스바덴 Wiesbaden이라는 지역이 있다.

독일 서부 헤센 주(Hessen)의 주도(州都)이며, 프랑크푸르트에서 약 35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곳이다. 라인강 주변 라인가우(Rheingau) 와인 산지와도 맞닿아 있는 곳이다.


라인가우는 독일 품종으로 유명한 리슬링(Riesling) 품종의 백포도주로 명성이 높은 지역이다. 또한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을 영화화한 '장미의 이름' 촬영지가 되었던 클로스터 에버바흐 (Kloster Eberbach) 수도원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12세기에 설립되었다고 알려진 수도원인 클로스터 에버바흐 (Kloster Eberbach)는 천년의 세월을 간직한 곳이다. 요즘은 수도원의 역할보다는 와이너리로써 관광객이 더 많은 것 같다.


독일에서 지내면서 목욕탕을 못 가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그러던 중 온천으로 유명한 비스바덴이라는 곳의 명성을 들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남녀 혼탕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호시탐탐 맘의 준비를 할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분연히 집을 나섰다. 목욕탕은 못 들어가도 동네 한 바퀴는 돌 수 있지 않은가?!

전철을 타고 약 30분 만에 도착한 비스바덴.

비스바덴 어느 골목 계단의 벽화

열심히 조사해 둔 온천장을 향해 가는 내내 한 가지 생각만 들었다. '참 부유한 도시구나'라는 생각.

온천수가 나오는 분수도 지나고 중심가를 향해 걸어가면서는 '여기 완전 유럽유럽이네?'였다.

유럽 살면서 유럽 같다니... 정말 일반적으로 생각나는 딱 유럽풍경이다. 적당히 불어주는 선선한 바람과 찬란히 빛나는 햇빛. 눈부신 햇살을 피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살짝 껴주고. 와인 한잔 앞에 두고. 급할 것도 없는 듯 천천히 매우 느긋한 몸동작. 식당 앞에 깔린 테이블에 앉아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로 꽉 찬 골목.

기원전 1세기 로마인들이 온천을 발견하면서부터 치유와 휴식의 명소로 활용되었다고 하니. 그 많은 세월의 역사와 전통 그 자체인 곳이었다.


독일은 관광지로 알려진 곳을 방문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작은 도시들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멋스러움이란 것이 폭발하는 동네를 만나면 어찌 그리 정신을 못 차리는지. 여유로운 그들의 눈에 내가 얼마나 이방인일까?

비스바덴 중심지의 모습

정신없이 이곳저곳 신나게 기웃거리다 발견한 빵집. 참새 방앗간.

일단 빵집 간판에 얼굴이 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자신감의 표현이겠지?

점심시간이기도 했지만 이곳저곳 둘러보면서 뜯어먹을 빵을 사러 들어갔다.


재밌게도 'Tradition'이라는 이름의 빵이 있는 것이다. 더 볼 것도 없이 사서 나왔다. 와!? 빵 이름이 전통이라니? 빵이 담긴 봉지를 여는 순간. 게임 끝.

비스바덴에 위치한 100년 전통의 Bäcker Dries

뭐지 이 빵의 풍미는? 특유의 시큼한 발효취가 아닌. 갓 구운 빵의 냄새와 재료들이 잘 어우러진 부드러운 독특한 발효냄새. 겉은 살짝 단단하지만 속살은 매우 부드러운.

한 입 베어 물고 오물거리고 또 먹어보고. 정신 차리고 보니 몇 조각 남은 빵.

장황했지만 결론은 매우 맛있었다.

어쩜 이래? 정체가 뭘까? 빵집 홈페이지에도 빵의 정보는 없었다. 단지 오랫동안 검증된 제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만.


홈페이지를 보다가 멋진 문장을 보았다.

"전통은 재가 아닌 불꽃을 전하는 것이다"

전통 속에서도 변화와 품질을 추구한다는 말로 들렸다.

맛있게 먹은 Tradition이라는 이름의 빵

우연히 찾아진 빵집의 이름은 Bäcker Dries. 100년 이상 Rheingau 지역에 뿌리내린 전통 베이커리란다. 창립자인 Heinrich Dries의 초상이 로고에 포함되어 있으며, 가족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간판에 주인장 얼굴 들어가면 맛집이라는 자신감의 표시 아닌가?


라인가우 지역은 온화한 기후와 풍부한 일조량을 자랑한다. 라인강이 햇빛을 반사해 포도밭을 데워주고, 타우누스 산맥이 바람을 막아주어 비옥한 지역 형성되었다고 한다.

워낙 기후와 풍광이 수려하니 몸과 마음이 스스로 치유되지 싶다.

비옥하고 풍요로운 온화한 기후를 갖춘 지역에 위치한 온천. 유럽 각지에서 온천의 치유 효과를 보기 위해 모였을 사람들. 치유의 기본은 여유가 아닐까 하는 확신이 들 정도이다.


여유가 넘치고 역사와 전통이 어우러진 곳의 사람들이 만들어서 그런가? 빵에도 스트레스가 없는 여유로운 맛이다. 기분 탓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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