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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äckebröd 크네케브로트

독일 옆동네 북유럽 스타일 크래커 같은 빵 이야기

by 연우

한국에 살 때 일상이 똑같은 지루한 어느 날 마실 삼아 가는 곳이 몇 군데 있었다. 그중 한 곳이 이케아였다. 딱히 뭔가를 구입하지 않아도 이국적인 볼거리를 실컷 보고, 먹고. 눈과 다리가 뻐근해질 때까지 놀다 오는데. 그러면 나름 정체된 뇌가 활력을 찾고는 했다. 다른 것은 다 안 사도 꼭 하나 구매하는 아이템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크네케브뢰드 knäckebröd이었다.

맥주와 함께 먹으면 그렇게 궁합이 좋을 수 없다. 식사 대용으로 맥주와 함께 크네케브뢰드 knäckebröd 위에 치즈나, 땅콩 잼 같은 것을 얹어 먹으면 포만감 없지만 든든한 식사가 되고는 했다.

지인들 모임에 들고 가기만 하면 인기폭발. 어디에서 이런 것은 사는 거냐며.

내가 이케아 홍보팀도 아니고. 나만 알고 있는, 맛있는 것을 소개했다는 뿌듯함에 으쓱해지고는 했다.


크네케브뢰드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참... 좀 애매하다.

일반적인 빵의 정의는 곡물 가루(주로 밀가루)에 물이나 기타 액체를 섞어 반죽한 후, 발효시키거나 발효시키지 않고 구워서 만드는 음식을 말한다. 그저 쉽게 샤방샤방하게 부풀어 오른 누가 봐도 빵이구나 하는 그런 것을 빵이라고 불러야 할 텐데.

포장지에 빵이라고 쓰여있어 빵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어색한 크네케빵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독일 마트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스타일의 크레커 같은 빵류들.

한국에서는 이케아 가야만 만날 수 있었던 이 빵이 독일에서는 어느 마트에서든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반갑기도 했고. 종류가 다양함에 놀랍기도 했다.


크네케브뢰드(Knäckebröd)는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전역에서 사랑받는 바삭한 얇은 크래커 형태의 빵이다. 주로 호밀을 원료로 하며, 밀가루보다 글루텐 함량이 낮고, 구수한 풍미와 특유의 고소함이 있다.
'Knäckebröd'는 스웨덴어로 "부러지는 빵"이라는 의미를 가지는데, 그 이름처럼 한 입 베어 물면 경쾌하게 ‘바삭’ 부서진다.

이것은 반죽을 매우 얇게 밀어 펴기 때문에 고온에 구우면 단시간에 구워질 뿐 만 아니라 얇은 표면적의 수분이 날아가기 때문에 바삭하게 완성되는 것으로 보인다. 어찌 보면 우리의 누룽지 같달까. 형태는 판판한 크래커 같은 형태도 있고, 골판지 같은 형태도 있다.


크네케브뢰드는 약 5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북유럽 전통 빵이라고 한다. 스웨덴과 핀란드 지역 농가에서 겨울을 대비해 장기 보관 가능한 빵을 만들기 위해 개발되었다고 하는데, 예전에는 빵 가운데 구멍을 뚫어 나무 막대에 꿰어 부엌 천장에 걸어두었다고 한다. 상상만으로 풍경이 그려지는 것 같다. 덕분에 습기와 곰팡이를 피하고 오래 저장할 수 있었다고 하니 북유럽 사람들의 저장 똑똑한 저장 기술을 엿볼 수 있는 그런 식품인 것 같다.


크네케브뢰드의 또 다른 형태.
크네케브뢰드 한편에 자리한 쌀뻥튀기. ^^

크네케브뢰드는 단순한 크래커형 빵이 아니라, 북유럽 사람들의 생활 지혜와 자연환경이 만든 전통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어느 나라건 건강식, 다이어트식, 간편식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빵의 형태인 것 같다. 요즘 마트에 진열된 매우 다양한 제품들을 보고 있자니, 스웨덴과 독일 모두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네케브뢰드 옆에서 만난 반가운 쌀뻥튀기. 아마도 크네케브뢰드가 주로 호밀로 만들어지지만 쌀로 만들어 다양함을 준 것은 아닐까? 여기 서보니 참 반갑다. 뻥튀기 카나페를 해봐야 하나!?

내일은 익숙한 듯 낯선 빵을 한 봉지 사서 땅콩잼 발라 출출할 때 먹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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