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에 한번 가던 병원 검진이 4주에 한 번으로 늘어났다.
지난번 검진 때 의사 선생님께 "회는 안 되겠죠"라고 했더니 되게 불쌍해 보이는 내 표정을 읽었는지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괜찮아요"라고는 하셨지만 역시 좀 표정은 뜨뜸미지근 했다. 늘 해맑게 답하는 선생님이셨는데. 내가 쓰러진데도 늘 활짝 웃으시면서 "다들 그러세요"라고 하시던 의사 선생님께서. 오래간만에 좀 애매한 표정이셨다.
왜 먹지 말라는 건지 안다. 혹여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라는 것도. 하지만 고기가 예전처럼 당기지 않는 요즘에는 회를 못 먹는 건 너무 괴로운 일. 중간중간 멍게 덮밥도 먹고 어떤 식으로든 짬짬이 날걸 좀 먹어봤는데 큰 탈이 없는 거 보니 뭐 이만하면 괜찮은 걸로. 그래도 대놓고 '회'는 좀 참는 걸로 결론을 냈다.
지난주에는 가끔은 먹어도 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신이 나서 혈액검사를 패스하고 지나갔다. 혈액검사가 뭐시냐 하면, 임신중독증에 걸릴 위험이 얼마나 높은 지를 검진하는 것과 기형아 검사.
기형아 검사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좀 섬찟했던 건 60만 원의 큰돈을 내면 꽤 섬세하게 기형아 검사가 가능한데 거기서 발견될 수 있는 기형의 유형이 다운증후군이라는 거다. 그러니까. 몇만 원 정도의 소소한 금액의 피검사는 가능성을 강하지 않은 강도로 봐주는 거지만 60만 원을 힘들게 지르면 매우 정밀한, 정확도가 꽤 높은 다운증후군 여부가 발견된다는 것.
우리 부부는 굳이 그걸 할 필요는 없으니 아예 안 하겠다고 했더니 의사 선생님 왈
다운증후군의 가능성이 높은 경우 출산의 과정에서 산부인과가 아닌 종합병원의 출산을 선택해야 할 수도 있고요. 무엇보다도 태어난 이후의 삶에 대한 심리적인, 그리고 경제적인 여러 가지 준비들을 하셔야 해서 하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종합병원.... 그래. 내가 노산이니까 종합병원에서의 출산을 고민해야 할 수 도있겠구나...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덧붙은 한마디가 심장에 세게 내리쳤다.
다운증후군으로 예상되는 아이를 낳는 분을 아직까지 본 적은 없어요
난 내 아이의 상태와 상관없이 눈물이 날 뻔했다. 저 말이 어떤 뜻인지 안다. 그리고 다운증후군 아이를 낳게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것도 아니다. 평생을 어린아이의 지능으로 사는 자식을 바라보고 책임진다는 것. 내 모든 일상이 완벽하게 무너진다는 것. 무서울 거다. 경제력과 상관없이 그 공포감 이해할 수 있다.
저 말을 들은 큰고영과 나는 둘이 손을 꽉 잡았다. 무서웠다. 무서워서였다는게 제일 정확한 감정일것같다.
우리라면, 우리가 저 상황에 처해있다면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데. 우린 그리도 의사 선생님이 보았던 그 환자분들과 같은 의사결정을 할 수는 없었을 것 같다. 그럴 바에는 모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노산이니까. 혹시 모르니까 라는 마음으로 기형아 검사에 동의는 했지만 여전히 너무나도 무겁고 짠한 마음으로 병원 문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정말일까. 정말 그랬을까. 그래. 그럴 수 있어. 자식을 평생 책임진다는 것은 그런 의미인 거지.
뒤늦게 회를 먹어도 되냐고 물어본다는 걸 깜빡해서 다시 들어가 회를 허함 받은 우리는 다시 영혼을 놓고 피검사를 제친 체 초밥집으로 달려갔다.
이틀이 지나고 다시 병원에 방문해 피검사를 마치고 돌아 나와. 몇 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그날의 선생님 말씀이 너무나도 오래 깊게 남아있다.
나는 어떤 모습의 아이를 만나게 될까. 나는 어떤 부모가 될까.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내 아이의 건강함 만으로 나는 과연 행복한 삶을 살게 될까. 오늘의 나는 입덧이 없지만, 내일의 나는 입덧에 시달릴 수도 있다. 오늘 내 아이의 목 두께가 평균 안쪽의 평범한 상태였다고 기대만큼의 건강함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내가 언젠가 또다시(?) 임신을 하게 된다면, 그 아이가 어떤 아이가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자기 손으로 아이를 포기해야 하는 엄마의 마음과 상황을 나는 잊지 않을 생각이다.
도움이 필요한이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고, 함께 의지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