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다들 그러세요.

by 김옥진



병원 가서 제일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이거였다.


예. 다들 그러세요.


혹은


원래 임신하면 그래요


였다. 평균의 몸을 갖고 살아는 나. 그런 내 몸에서 커가고 있는 나의 아기가 만드는 증상은 지극히 평범한, 평균의 범위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생각보다 힘들다.





예. 다들 그러세요. 01. 실신


초기가 지나면 괜찮을 줄 알았다. 출근길에 버스에서 조금만 힘주고 버티면 쓰러지는 통에 한 달에 40만 원에 달하는 택시비를 들이고 출퇴근을 했다. 병원에서 증상을 이야기하니 그건 중기가 지나가도 완전히 없어지는 증상은 아니라 했다. 다만 빈도가 줄어들 거라고.


그 말은 맞았다. 1주일에 한 번씩 쓰러질 거 같은 증상은 택시를 타면서는 잠시 잊었고. 5개월이 지나서는 또 많이 가라앉았다. 다만 아주 가끔 차가 많이 흔들리거나 전날 수면시간이 충분치 않으면 훅 하고 증상이 올라왔다. 버스에서 그러는 건 사실 배가 불러오면서 사람들이 자리 양보도 더 많이 해주고 해서 좀 나아졌는데.


오늘. 사무실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식은땀이 쭉 나면서 숨이 차기 시작했다. 앉아있으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20분은 가더라. 그 증상이. 출근만 조심히면 될 줄 알았는데, 그리고 7개월 차인 지금쯤에는 안정기인 줄 알았는데 사실 나의 몸은 전혀 안정기가 아니었던 거지. 밤 10시에 잠들어서 아침 7시 반에 깼는데. 그래도 내 몸은 알게 모르게 휘청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한번 생각했다. 방심하면 안 되는구나. 마지막 순간까지.

완전히 안전한 건 아무것도 없을 수 있겠구나.




예. 다들 그러세요. 02. 부종과 근육 경련


원래 순환이 약하다. 쉽게 붓는 편이긴 하다. 1년에 한두 번은 새벽에 종아리에 쥐가 나기도 하고, 또 발가락 끝에 힘을 잘못 주면 발가락에 쥐가 나기도 한다. 타고난 저혈압에 운동부족... 부종과 근육경련은 사실 그렇게 먼 이야기는 아니었다.


5개월이 지나고 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 밤에 종아리 근육 경련이 종종 생기기 시작했다. 임신했을 때는 그런 증상을 방지하기 위해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2번 처방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중기에는 무릎까지 오는 거, 후기에는 허벅지까지 오는 거라 하드라. 최소 3만 원 비싼 건 8만 원씩 하는 압박스타킹을 단돈 5천 원에 살 수 있는 건 좀 좋았다.


하지만 더운 여름 그걸 신고 다니는 게 얼마나 큰 일인가. 부종을 막아준다고 하지만 압박스타킹을 신고 샌들을 신는 건 매우 덥고도 덥고도 더운 일이다. 8개월은 족히 돼 보이는 여자분이 압박스타킹을 신고 퇴근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저 정도 개월 수가 되면 저거 없으면 못 살 지경이 되겠구나 싶었다. 머리맡에는 늘 압박스타킹이 있지만 난 가을이 되기 전에 신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오늘 아침 기지개를 켜다가 비명을 질렀고, 자력으로는 발목이 꺾이지 않아서 신랑이 억지로 당겨줬다. 그러니 겨우 경련은 풀렸는데... 신랑에게 물어보니 발목이 안 꺾이려고 일부러 힘주고 있는 거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걸을 때마다 힘이 들어가면 다 종아리 경련이 생길 거 같은 기운이 느껴져서 힘 빼고 걷는라 힘들었는데.... 어쩌면 근육경련과 실신이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예. 다들 그러세요. 03. 열, 땀 + @


뭐 몸에 열이 많아지고, 그러니까 땀도 많아지고 분비물이 늘어나니 온몸에 냄새가 너무 나는 거 같았다. 손발 차고 열이 없어 걱정이던 나는 난생처음으로 땀과 열에 시달리는 여름을 보내고 있다. 머리라도 좀 차게 할까 싶어 쿨링 젤이 들어 있는 패드도 사봤지만 소용없었다. 다 머리 댈 때 잠시뿐이고 1시간 지나면 여전히 미적지근하다.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있어도 가슴팍에서 열이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얼굴은 계속 벌게졌고 이걸 미스트로 다스릴 엄두도 나지 않았다.


땀이 많아지고, 분비물이 많아지면서 몸에서 냄새가 나는 기분도 들었다. 옷 사이즈나 그런 것보다 난 이 부분에서 자존감이 확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큰고영은 위로인지 진짜인지 모르지만 일부러 킁킁대며 냄새를 맡고는 냄새 전혀 안 난다고 다독였지만 사실 별 위로는 안됐다. 사람의 몸에서 이런 냄새가 나다니. 누가 주위에 가까이 오는 것도 부담스러워졌다. 이런 일로 자존감을 운운하는 게 과하다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단순하게 살이 찐다와는 차원이 다른 감정이었다.


겨드랑이는 시커멓고. 아무리 닦고 또 닦아도 겨드랑이는 더 시커메졌다. 더 난감한 건 가슴이었다. 륜의 크기는 날이 갈수록 커졌고 이러다 가슴 전체가 까매지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들었다. 촉감도 버석거리고 크기는 커지고, 검은색 반점 같은 게 가슴 전체에 조금씩 퍼지고 있다.


임신선이라고 했던가. 배꼼 아래에는 한 줄로 가지런히 털이 났다. 아..... 정말 땡글 하게 튀어나온 배에 그 가지런한 한 줄.. 꼴 도보기 싫다. 남들 하는 건 여하튼 안 빼놓고 다 하고 있다. 입덧만 빼고.




예. 다들 그러세요. 04. 종기


중기가 넘어오면서. 몸이 무거워지고 조금만 먹어도 아랫도리가 묵직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뭔가 피부가 유독 쏠리는 기분이 들어서 씻으며 자세히 보니 제법 눈에 띄는 종기가 났다. 혹시나 싶어서 검색해보니. 임신 중 흔한 증상이란다. 종기라니. 하필. 하필! 그리고 이따위 증상이 흔한 증상이라니!!!!!! 별게다 흔한 증상이다 진짜.



흔하디 흔한 평범하디 평범한 증상들을 달고 사는 요즘은...

그래. 내 몸이 평균이라 그럴 거야. 평균이라... 다들 그런다잖아...라고 넘겨보려고 노력 중이다.

근데. 모르는 것들이 여전히 너무 많다.

매일이 너무 새롭다. 우리는 왜 임신과 출산에 대해 이토록 무지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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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11화소소한 도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