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가서 제일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이거였다.
예. 다들 그러세요.
혹은
원래 임신하면 그래요
였다. 평균의 몸을 갖고 살아는 나. 그런 내 몸에서 커가고 있는 나의 아기가 만드는 증상은 지극히 평범한, 평균의 범위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생각보다 힘들다.
초기가 지나면 괜찮을 줄 알았다. 출근길에 버스에서 조금만 힘주고 버티면 쓰러지는 통에 한 달에 40만 원에 달하는 택시비를 들이고 출퇴근을 했다. 병원에서 증상을 이야기하니 그건 중기가 지나가도 완전히 없어지는 증상은 아니라 했다. 다만 빈도가 줄어들 거라고.
그 말은 맞았다. 1주일에 한 번씩 쓰러질 거 같은 증상은 택시를 타면서는 잠시 잊었고. 5개월이 지나서는 또 많이 가라앉았다. 다만 아주 가끔 차가 많이 흔들리거나 전날 수면시간이 충분치 않으면 훅 하고 증상이 올라왔다. 버스에서 그러는 건 사실 배가 불러오면서 사람들이 자리 양보도 더 많이 해주고 해서 좀 나아졌는데.
오늘. 사무실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식은땀이 쭉 나면서 숨이 차기 시작했다. 앉아있으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20분은 가더라. 그 증상이. 출근만 조심히면 될 줄 알았는데, 그리고 7개월 차인 지금쯤에는 안정기인 줄 알았는데 사실 나의 몸은 전혀 안정기가 아니었던 거지. 밤 10시에 잠들어서 아침 7시 반에 깼는데. 그래도 내 몸은 알게 모르게 휘청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한번 생각했다. 방심하면 안 되는구나. 마지막 순간까지.
완전히 안전한 건 아무것도 없을 수 있겠구나.
원래 순환이 약하다. 쉽게 붓는 편이긴 하다. 1년에 한두 번은 새벽에 종아리에 쥐가 나기도 하고, 또 발가락 끝에 힘을 잘못 주면 발가락에 쥐가 나기도 한다. 타고난 저혈압에 운동부족... 부종과 근육경련은 사실 그렇게 먼 이야기는 아니었다.
5개월이 지나고 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 밤에 종아리 근육 경련이 종종 생기기 시작했다. 임신했을 때는 그런 증상을 방지하기 위해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2번 처방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중기에는 무릎까지 오는 거, 후기에는 허벅지까지 오는 거라 하드라. 최소 3만 원 비싼 건 8만 원씩 하는 압박스타킹을 단돈 5천 원에 살 수 있는 건 좀 좋았다.
하지만 더운 여름 그걸 신고 다니는 게 얼마나 큰 일인가. 부종을 막아준다고 하지만 압박스타킹을 신고 샌들을 신는 건 매우 덥고도 덥고도 더운 일이다. 8개월은 족히 돼 보이는 여자분이 압박스타킹을 신고 퇴근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저 정도 개월 수가 되면 저거 없으면 못 살 지경이 되겠구나 싶었다. 머리맡에는 늘 압박스타킹이 있지만 난 가을이 되기 전에 신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오늘 아침 기지개를 켜다가 비명을 질렀고, 자력으로는 발목이 꺾이지 않아서 신랑이 억지로 당겨줬다. 그러니 겨우 경련은 풀렸는데... 신랑에게 물어보니 발목이 안 꺾이려고 일부러 힘주고 있는 거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걸을 때마다 힘이 들어가면 다 종아리 경련이 생길 거 같은 기운이 느껴져서 힘 빼고 걷는라 힘들었는데.... 어쩌면 근육경련과 실신이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뭐 몸에 열이 많아지고, 그러니까 땀도 많아지고 분비물이 늘어나니 온몸에 냄새가 너무 나는 거 같았다. 손발 차고 열이 없어 걱정이던 나는 난생처음으로 땀과 열에 시달리는 여름을 보내고 있다. 머리라도 좀 차게 할까 싶어 쿨링 젤이 들어 있는 패드도 사봤지만 소용없었다. 다 머리 댈 때 잠시뿐이고 1시간 지나면 여전히 미적지근하다.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있어도 가슴팍에서 열이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얼굴은 계속 벌게졌고 이걸 미스트로 다스릴 엄두도 나지 않았다.
땀이 많아지고, 분비물이 많아지면서 몸에서 냄새가 나는 기분도 들었다. 옷 사이즈나 그런 것보다 난 이 부분에서 자존감이 확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큰고영은 위로인지 진짜인지 모르지만 일부러 킁킁대며 냄새를 맡고는 냄새 전혀 안 난다고 다독였지만 사실 별 위로는 안됐다. 사람의 몸에서 이런 냄새가 나다니. 누가 주위에 가까이 오는 것도 부담스러워졌다. 이런 일로 자존감을 운운하는 게 과하다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단순하게 살이 찐다와는 차원이 다른 감정이었다.
겨드랑이는 시커멓고. 아무리 닦고 또 닦아도 겨드랑이는 더 시커메졌다. 더 난감한 건 가슴이었다. 륜의 크기는 날이 갈수록 커졌고 이러다 가슴 전체가 까매지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들었다. 촉감도 버석거리고 크기는 커지고, 검은색 반점 같은 게 가슴 전체에 조금씩 퍼지고 있다.
임신선이라고 했던가. 배꼼 아래에는 한 줄로 가지런히 털이 났다. 아..... 정말 땡글 하게 튀어나온 배에 그 가지런한 한 줄.. 꼴 도보기 싫다. 남들 하는 건 여하튼 안 빼놓고 다 하고 있다. 입덧만 빼고.
중기가 넘어오면서. 몸이 무거워지고 조금만 먹어도 아랫도리가 묵직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뭔가 피부가 유독 쏠리는 기분이 들어서 씻으며 자세히 보니 제법 눈에 띄는 종기가 났다. 혹시나 싶어서 검색해보니. 임신 중 흔한 증상이란다. 종기라니. 하필. 하필! 그리고 이따위 증상이 흔한 증상이라니!!!!!! 별게다 흔한 증상이다 진짜.
흔하디 흔한 평범하디 평범한 증상들을 달고 사는 요즘은...
그래. 내 몸이 평균이라 그럴 거야. 평균이라... 다들 그런다잖아...라고 넘겨보려고 노력 중이다.
근데. 모르는 것들이 여전히 너무 많다.
매일이 너무 새롭다. 우리는 왜 임신과 출산에 대해 이토록 무지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