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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물자국 14화

얽매인 숨결

by 스밈

칠흑같은 어둠. 손 하나 까딱할 수조차 없게 옥죄어 오는 감각. 심장이 그만 쿵 철렁거린다. 여긴 어디지. 나는 이런 곳에 온 적이 없는데. 너무 놀란 탓인지 고막에 심장이 붙은 양 아우성치는 박동 소리가 생생하다.


숨이 점차 가빠져 온다. 나는 이 감각을 알지. 누군가 나의 귀에 속삭이는 듯했다. 내가 어떻게 알지? 흐려져 가는 의식 속에 나는 겨우 쥐어짜내 묻는다. 어딘가로 끝없이 떨어져 내리는 거리감. 한없이 나풀대며 일렁이는 나의 몸들. 갈기갈기 흩어진 감각의 파편들. 찢기고 부서진 조각들은 제각각 얽매여 있다. 뿌연 시야를 힘겹게 헤집어 나를 옭아맨 것을 응시한다.


아. 나다. 내가 나를 가뒀다. 나는 나를 왜 가두고 있나. 숨도 못 쉬게 짓누르면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 눈을 가려 가면서. 나의 심장을 부추기고 의식을 저 멀리 밀어버리는 나.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나는 떠올린다. 처음엔 분명 달래기 위해서였다. 약속을 어긴 모습이 실망스러워서, 의미 없이 흘려보낸 하루가 미워서. 조금씩 달래 보려던 마음은 어느새 미움으로 쉽게 번졌다. 그때부터였을까?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나를 좁은 곳에 밀어넣기 시작한 것이. 더 이상 실망도 원망도 하지 않도록 좁디좁은 구석에 나를 욱여넣었나 보다.


얼마나 지났을까. 서서히 선명해지는 시야가 느껴질 때쯤. 귀를 찢는 듯한 심장의 외침이 멎어들 때쯤. 나는 다시 나를 마주 보고 선다. 그토록 거세게 나를 몰아붙인 나는 어디 갔는지. 힘없이 늘어진 모습이 애처롭다. 공허하고 황망한 나여. 힘들다 밖으로 쏟아내지도 못하는 자신이여.


손을 내밀어야 할까. 붙잡으면 그대로 끌려가 다시 좁은 구석에 웅크려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 나는 나를 또 미워하게 될까 봐 겁이 난다. 아니, 사실은 미워할 힘조차 없을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다.


한 번 구겨진 것은 깔끔히 펴기가 어렵던데.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아직도 내 앞에 가만히 서 있다. 구겨진 그림자처럼, 펴지도 못하고 말아지지도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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