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요가원으로 지하철을 타고 오는데 앞에 앉아계시는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어요. 저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주시더라고요. 그 눈빛에 제 일주일 피로가 한 번에 녹는 듯했어요.
그래서 저도 오늘 요가원 가서 회원님 눈을 한 번이라도 더 마주쳐야지, 나에게 걸어오는 말들에 한 번이라도 귀담아 들어야지 다짐하면서 왔어요.
30년 남짓 살아오는 동안,
전 요가를 통해서, 사람을 통해서, 책을 통해서 몇 번이고 일어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먼저, '책과 사람'을 통해서 일어났던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면,
참 많이 불안하고 내성적이던 저는 새벽 가족들이 모두 잠들고 고요한 시간에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면서 보내는 시간을 좋아했어요.
대학교를 다니면서도 좋아하는 작가님의 책을 읽는 시간을 좋아했는데 한때는 너무 힘들어 일면식 없는 작가님을 찾아간 적이 있어요. 파주에 작가님 서재를 알게 되었고 10만 원 정도의 돈을 지불하면 상담이 가능하다고 해서 얼굴을 뵙고 이야기를 나눴었죠.
그때 작가님께서 자신의 이야기를 이것저것 건네주시면서 힘든 일이 있을 땐 나에게 온 것처럼 직접 길을 찾아가면 된다고 해주시더라고요. 그 말에 제가 무언가 할 수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나 봐요. 그때 사실 제가 우울증과 불안증 여러 가지로 많이 힘들 때였는데 그날 이후로 그분을 통해서 마음이 많이 좋아졌어요.
두 번째로는 '요가'를 통해서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요가강사를 시작하고 나서 시간이 지나 명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적이 있어요. 명상을 공부하다 지금 다니는 요가원 선생님을 알게 되었어요.
당시 만날 땐 온라인수업을 통해서였는데, 새벽수업이어서 항상 잠이 많은 저에겐 너무 어려운 과제였지만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날엔 영상을 받아 낮에라도 꼬박 수업을 들었어요. 그리고 선생님이 오프라인에서도 수업을 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요가원에 가서 수련한 지도 곧 1년이 다되어가네요.
언젠가 선생님께서 꽃을 비유하며 "이 꽃 전의 꽃은 정말 느리게 폈는데 지는 것도 정말 느리게 지더라, 지금 이 꽃은 너무 예쁘지만 벌써 지고 있네, 다능아 빨리 피고 빨리 지는 사람이 되고 싶어? 느려도 괜찮아. 다 똑같아. 다들 느려."
이런 말을 해주시더라고요. 또 한참 고민이 많은 저에게 많이 위로가 되었던 것 같아요. 요가는 저에게 그런 존재였던 것 같아요. 마음이 굉장히 불안한 저에게 항상 '괜찮아. 지금으로 충분해.'를 알려주는 도구요.
저도 그런 사람, 그런 강사가 되고 싶습니다.
누군가가 마음이 불안할 때 저의 터치가 혹은 말 한마디가 그 사람에게 위로가 되어줄 수 있는 강사가 되는 게 제 꿈이에요.
이번주 새벽 현아 님께서 바나나를 한 다발 들고 오신 적이 있어요.
그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현아 님에겐 웃으면서 "레옹 같다."라고 이야기를 꺼냈지만, 사실 제가 몇 년 전에 새벽수업에 수련하러 나갔었 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1년 정도 새벽에 가려고 노력한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선생님 혹은 수련생 분들이 매번 떡, 주스, 과일들을 가지고 오셔서 카운터 앞에 두시곤 했거든요. 수련 후 출출하니 가져가라고..
사실 새벽수업도 제가 먼저 하고 싶다고 제안했던 수업이었는데,
근데 '왜 난 수업 외에는 관심이 없었던 걸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새벽에 일어나서 수련하고 지하철 시간 놓칠까 부랴부랴 나가시는 분들을 볼 때면, 제 마음이 제 행동이 무엇이 먼저일까를 매번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말 한마디, 아사나 하나, 핸즈온 등 한마디 한순간 과정마다 정성 들이고 잘 전달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새벽수업도 매주 일요일 아침 일찍 수업에도 빠짐없이 나오시는 현아 님을 뵐 때면 나는 저렇지 못했는데.. 하고 생각하게 되고요.
제가 현아 님의 제안에 정말 바로 하고 싶다 말씀드린 것은 현아 님의 요가를 대하는 너무 아름다운 모습 때문이에요. 어찌 바로 하고 싶다 말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