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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평상 Apr 22. 2018

비자림

비자나무의 잎사귀는 非(아닐비) 자를 닮았다.


비자림은 인공적으로 조성된 숲이 아니다. 수 천년 동안 자연적으로 조성된 자연림이다. 화산 폭발로 인한 용암이 지나가면서 형성된 곶자왈에서 비자나무들이 수천 년을 자라 이룬 숲이다. 육지에도 전남 장성의 백양사 등  비자나무 숲이 몇 군데 있긴 하지만 모두가 자연림이 아닌 인공적으로 조성된 것이다. 곶자왈은 제주도 사투리로 나무, 덩굴식물, 암석 등이 뒤섞여 수풀처럼 어수선하게 자란 곳을 말하는데 세계에서 유일하게 북방한계 식물과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제주의 독특한 숲 지형이다.


머귀나무의 저 돌기들은 머귀나무가 어렸을 적 가시가 커진 것이라고 한다.  늙은 모친의 젖가슴을 닮았다는 이유로 모친상이 생기면 이 나무로 상주의 지팡이를 만들었다고 한다.


비자나무들 바위 틈 사이로 뿌리를 내려 거대하게 자란 머귀나무가 있었다. 머귀 나무껍질에는 오돌토돌한 돌기들이 자라 있었는데 저 돌기들은 머귀나무가 어렸을 적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가시가 커진 것이라고 한다. 육지에서는 모친상이 생기면 오동나무로 상주의 지팡이를 만들었지만 제주에서는 이 머귀나무로 지팡이를 만들었다. 상주는 지팡이를 잡은 손으로 전해지는 이 돌기를 느끼면서 어머니 생전에 효도를 다하지 못했음을 후회했다고 한다. 어머니의 고달픈 인생이 지팡이의 질감으로 전해진 것은 아니었을까?


더덕향이 짙게 나는 상산 나무는 벌레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한다.


더덕향이 짙게 나는 상산 나무는 벌레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한다. 제주도에서는 시신이 있는 관 위에 올려놓아 시체가 부패하지 않도록 했다고 한다.


 암나무와 수나무가 서로 붙어 함께 자라는 연리목

암나무와 수나무가 한 몸인 연리목은 금슬 좋은 부부가  많은 자녀를 갖는 것처럼  더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나무의 검사를 마쳤다는 표식으로 파란색 띠를 두른다.


나무 군데군데 시멘트 같은 것이 덧대어 있었다.

흉물스럽게 왜 그랬을까?

알고 보니 죽어가는 나무들을 살리기 위해 수술한 흔적이라고 한다. 다행히 그 소재는 시멘트가 아니라 톱밥 등을 개어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인간은 자연을 해치기도 하지만  
살리기도 하고 있었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병도 주고 약도 주는 인간을 보며
자연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봄날을 맞아 많은 관광객이 방문했다.
오는 길에 들른 월정리 해변

천년이 넘는 세월을 견디어 낸 비자림을 빠져나오면 바다가 수억 년 동안 조각을 해 만든 월정리 해변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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