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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평상 Apr 30. 2023

부부의 의미

곽금 8경 '버들못'에서


아내와  요양원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곽금 팔경의 한 곳인 버들못에 들렀다. 곽금팔경은 애월읍 곽지리와 애월읍 금성리에 걸친 아름다운 장소 8곳을 말한다.


카카오네비로는 검색이 되지 않아 네이버 지도를 검색해 가까스로 찾아갔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은 도로를 따라 5분 정도 들어가니 작은 연못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연못 위를 창포가 가득 덮고 있어서 표지판이 없었다면 자칫 그냥 지나칠 뻔했다.




이게 그 옛날 창포물에 머리를 감았다는 그 창포인가 보네요.
근데 머리를 감을 정도라고 해서 물이 깨끗할 줄 알았는데 창포는 지저분한 데서도 잘 자라는 모양이에요.


아내의 말대로 창포가 가득 자란 연못의 물은 속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탁했다. 물 색깔이 시커먼 게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이 물에 감으면 하얀 새치 머리도 까맣게 염색이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나무들 봐요. 뭐 떠오르는 거 없어요?
홋카이도 갔을 때 봤던 그 마일드세븐 광고에 나왔다던 나무?
아니, 그 나무는 한 그루 아니었어요? 저건 두 그루잖아요.
그랬나? 거기도 두 그루 아니었나?
한 그루 맞아요. 그나저나 저 나무들 부부 같지 않아요?
그 말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네.



저 둘 중 누가 남자고 누가 여자일까요?
나는 기대고 있는 쪽이 남편일 것 같아요.


아내의 말대로 곧게 선 나무 쪽으로 상대적으로 가냘파 보이는 나무가 힘겨운 모습으로 기대고 있었다. 옆의 나무가 없다면 바람에라도 당장 쓰러질 것 같은 위태로운 느낌이었다. 뭔가 해볼 테면 해보라는 듯자신만만한 눈빛아내를 보면서 나는 조심스레 말을 덧붙였다.


상황에 따라 역할이 바뀌지 않을까요? 아내가 힘들 때면 남편이 버팀목이 되어주고 남편이 힘들 때면 아내가 버팀목이 되어주는 거죠. 지금 우리처럼 말이에요.



나의 말에  잠시 아내가 생각하더니 웃음을 지었다.

따뜻한 봄바람이 아내와 나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다행이었다.



곽금 8경 버들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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