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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평상 Nov 19. 2021

항파두리

제주 원주민들의 한과 슬픔이 묻어있는 곳

진도에서 물러난 삼별초가 외세인 몽고에 맞서 최후까지 항쟁했던 장소라고 배운 곳이다. 배중손에 이어 김통정이 이끌던 소수정예의 병사들이 현대의 미국에 비견할, 당시 세계 최강의 대제국 원과 당당히 전투를 벌였던 자랑스러운 역사 속의 장소로 알려져 있다.

항파두리 안내도


 듬성듬성 잔디가 자란 4미터 남짓 되는 높이의 낮은 토성은 힘겹게 4킬로미터를 달려 장군들과 그의 가족들이 머물렀을 내성을 에워싸고 있었다. 허겁지겁 도망쳐  온 이곳에서도 귀족은 여전히 귀족이었다. 전투가 벌어지는 급박한 상황은 신분의 차별을 더욱 극명하게 드러냈을 것이다. 마치 경제가 안 좋을수록 빈부의 차가 더욱 심해지는 오늘날의 현실처럼 말이다.

항파두리는 적의 침입을 감시하기 위해 제주의 서쪽 해안 지역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에 위치해있다.

높은 곳에 올라 낮게 낮게 이어지는 토성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십 년 전의 느낌과 달리 다시 찾아온 이곳은 당시 전투에 앞장섰던 병사들의 기개와 자부심의 흔적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도리어 켜켜이 다져 올린 흙의 층 마디마디에서 갑작스레 토성을 만드는 작업에 끌려 나와 고생했을 일반 백성들의 고통에 찬 신음과 아우성이 흘러나오는 듯 느껴졌다.


목덜미를 스치는 스산한 바람 탓일까?

갑자기 이 거대한 가락지 모양의 토성이 마치 거대한 무덤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오래된 무덤 위에는 700년이 넘는 시간 속에서 슬픔과 한을 먹고 자란 파랗고 노란 잡초들이 생과 사를 반복하며 자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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