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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평상 Jul 22. 2023

추억이라는 선물

돌하르방 미술관에서




만족스러운 돌하르방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미술관 내 카페를 방문했다.



곶자왈 지역인 까닭에 몹시 습했던 실외와 다르게 에어컨이 켜져 있는 카페 내부는 시원하고 쾌적했다. 카페는 층고가 높아 개방감이 있었으며 제주의 돌담을 형상화한  벽면이 인상적이었다.



카운터 옆에는 공원의 설립자인 김남홍 화백의 아름다운 풍경화가 걸려있다.



뭉크의 유명한 그림

'절규' 속 인물을 형상화한 나무 인형이 친근하고 정겹게 다가왔다.



제주도의 현무암은 육지 반출이 금지되어 있기에 흙으로 빚은 토우 돌하르방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 앞으로 외국인 커플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히잡을 두른 젊은 여성과 날렵하게 생긴 젊은 남성이었다.


실례합니다. 혹시 여행 중이신가요?
아. 예.


살짝 당황한 표정이었지만 남자는 미소를 띠며 답을 해줬다.


어느 나라에서 오셨어요?
인도네시아요.
제주는 마음에 드시나요?
예 너무 좋아요.
언제 돌아가세요?
내일이요.
바로 인도네시아로 가시나요?
아 여자친구는 인도네시아로 바로 가고요. 저는 포항으로 가요.
포항이요?
예 포항제철에서 철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아이고. 뜨겁고 힘들죠?
예 몹시 힘들어요.


레사라는 이름의 청년은 포철에 산업연수생으로 온 지

8개월째이며 앞으로 2년 4개월을 더 일할 계획이라고 다.


몇 년 전 아이들과 떠난 순례길의 첫날,

지쳐 쓰러져 가는 거지꼴의 우리를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그들의 깨끗한 차에 태워줬던

따뜻한 미소의 모자가 떠올랐다.



머나먼 이국 땅에서 힘겨운 노동에 지쳤을 그와 먼 곳에그리운 마음 하나로 남자친구를 찾아온 그녀에게 따뜻한 제주의 기억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여자친구에게 돌하르방 토우 중에 하나를 고르게 하고 그것을 점원에게 부탁해 포장을 한 후 그녀에게 선물했다.


곧 이별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다소 어두웠던 커플의 표정이

 그제야 환하게 밝아졌다.


마음속에서도 따뜻 온기가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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