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마을 작은집 8
이제 집을 짓기 전에 시청 건축과에 신고를 하는 일만 남았다.
요사이 건축 관련 신고는 온라인 건축행정시스템(새움터)을 이용하여 이루어진다고 하여 인허가 처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건축사에게 세움터 사용 권한을 위임하였다. 위임을 위해서 위임장과 인감증명서가 필요했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법원에 들러 인감증명서를 발급하여 전달했다.
건축 신고에 앞서 건축사가 정리한 최종적인 실시 도면을 확인하였다. 기존에 그렸던 도면에서 구조 등은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고, 건축선과 다락 높이 제한을 지키기 위해 1층과 다락 면적이 조금 조정되었고, 보일러실이나 화장실, 데크 공간은 전보다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다만 거실에 TV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TV를 보지 않아 필요 없다고 하니 세부적인 것은 집을 지으면서 변경할 수도 있다고 하여 일단 그대로 두었다.
도면을 확정하고 본격적으로 집을 짓기 전에 이러이러한 계획을 가지고 집을 짓겠다는 것을 지자체 담당 부서(건축과)에 전달하여야 한다. 건축물은 허가 대상과 신고 대상이 있는데 우리 집의 경우 주거용 소규모 건축물(연면적 660 제곱미터 이하)에 해당하여 허가를 받을 필요는 없고 신고만 하면 된다. 건축 신고나 사용 승인은 건축주가 스스로 할 수 없고, 건축주와 계약을 맺은 (자격을 갖춘) 건축사가 진행해야 한다고 한다. 건축사가 관련 서류를 갖추어 신고를 한 뒤 관련 공문과 건축 신고필증을 우편으로 교부받을 수 있었다.
신고필증을 받은 후에는 시청 세무과에 가서 등록면허세를 납부하고 국민주택채권을 샀다. 등록면허세는 부동산 같은 재산권의 이동사항을 공적인 문서에 등록, 기재하거나 각종 면허, 인허가, 등록, 심사 등을 받을 때 내야 하는 세금이다. 나는 건축 신고를 받기 위한 등록면허세와 정화조 시설에 대한 등록면허세를 납부하여야 했다. 비용은 각각 9,000원과 4,500원이었다. 사실 우리 집은 정화조 탱크를 묻지 않고 마을에 있는 소규모 하수처리장으로 관로를 연결하였으나 건축신고 당시에는 정화조를 묻는다고 도면을 그려 제출하였다. 집 앞마다 하수처리장으로 연결되는 관로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하수처리장의 준공허가가 나지 않아서 우선 정화조를 설치하는 것으로 계획을 제출하고 나중에 변경을 하기로 했다. 국민주택채권은 매입하자마자 매도하여서 차액과 수수료로 200~300원을 내었다.
건축 신고를 하고 적게나마 세금을 내면서 의외로 사회적 행위에 대한 규제와 그에 따른 세금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공공성과 환경을 위한 규제가 늘어나 집을 짓거나 사업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푸념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이런 규제들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행위는 환경이나 사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런 최소한의 불편과 책임은 마땅히 감수해야 한다. 오히려 이런 규제들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 놀랍다는 것은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사회의 제도와 행정 시스템이 엉망진창이고 최소한의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을 것이라는 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조금은 다행이다 싶었다.
건축 신고를 마무리하고 이제 공사를 시작하겠다는 착공계를 접수하였다.
집을 짓는 과정을 지켜보며 또 참여하면서 느낀 것은 이 바닥(?)에서 통용되는 말들이 생소하고 어렵다는 점이었다. 전문적인 영역이라서 그렇다고,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이만큼 간결하고 편리한 언어도 없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르지만 쓰이는 단어나 표현들이 나같이 처음 집을 짓는 사람들에게는 딱딱하게 느껴졌고 한두 번 들어서는 기억하기도 어려웠다. 최근 사회 각 영역에서 이와 같은 일이 문제시되고 있다. 가장 보수적인 법조 영역에서도 민법의 어려운 한자어, 일본식 표현, 어법에 맞지 않는 문장들을 현대 한국어 표현으로 고치는 '알기 쉬운 민법' 개정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니 행정 용어에서도 이런 변화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