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란 다른 의미

by 미래

졸업식 없는 졸업을 했다. 20년 동안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를 해야 했고, 졸업장을 받기 위해 4년을 바쳤는데 졸업식 없는 졸업은 허탈했다. 학사모를 쓰고 사진을 남기겠다는 그동안의 계획은 철저히 무산됐다.

코로나가 잠잠해 지길 바라며 한 한기나 졸업을 유예하며 기다린 졸업식이었다.


휴학하지 않고 열심히 학교를 다닌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시간, 마지막으로 학교를 둘러보며 그동안 수고한 자신에게 버티길 잘했다며 주는 칭찬이었고 위로였는데, 그 시간마저 주지 않았다. 이 바이러스는 그 짧은 낭만을 느낄 시간조차 줄 수 없었다.


학위복을 입고, 학사모를 쓰고 졸업장을 품에 안고 찍는 사진은 20대 마지막 인사다. 별 일 아니어도 웃음이 끊이지 않을 때, 대학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렸을 고등학교 시절을 마치자마자 철 없이 들어온 대학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에 들어와 밤새 과제를 하거나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웃고 울었던 내 20대를 함께했기에 미우나 고우나 정이 들었던 학교다.


그런 우리는 학교를 다니며 성장을 하고 졸업할 때쯤이 되어서야 성숙해진다. 미성년에서 성년으로 가는 시기를 보내온 학교라서 누구에게나 졸업은 시원 섭섭하다. 졸업식은 입학 때부터 내 모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 가슴이 먹먹해지는 시간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4년간의 등록금이 아깝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졸업장을 받는 날을 생각하면 돈보다는 내 꿈에, 열정에 들인 돈이라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내 땀과 눈물이 모두 섞인 학교에서 사진 한 장쯤 남기는 일은 스스로에게 주는 칭찬과 다름없다. '그동안 즐거웠다. 다신 보지 말자'라는 웃픈 미소를 지으며 찍는 사진도 훗날 대학 시절이 그리워질 때 꺼내보고 싶은 사진이 된다. 누구나 갖고 잊을, 가지고 싶은 사진이다.


매일 같이 수업을 들었던 강의실을 둘러보고, 같이 밥을 먹고 수업을 듣던 친구들과 학교의 상징이 담긴 곳에서, 학교를 다니며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건물 앞에서 학사모를 하늘 위로 던지며 사진을 찍는 상상을 했다. 내가 꿈꾸던 졸업식은 평범하지만 안 하면 섭섭한, 특별하진 않지만 소중한 날이라고 여겼다. 이런 내 상상은 헛된 꿈이라 말하듯 우체국 택배 등기로 졸업장이 한낱 종이장처럼 날아왔다. 평소처럼 배달되던 옷이나 책, 생활용품만큼 허무했고 가벼웠다. 이 졸업장을 받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달렸고 또 참아왔는데, 졸업장을 받은 걸 보니 '내가 진짜 졸업을 하긴 했구나', '대학생활이 이렇게 끝났구나' 하고 실감했다.


졸업식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대학 생활은 끝은 역시 또 다른 시작과 같았다. 이리저리 치이고 아프고 힘들었던 만큼 내 인생이란 타임라인 안에서 배움 또한 컸다. 아픔만큼 성장했고 배운 만큼 성숙해졌다.

4년 대학생활의 결과물이 졸업장 한 장으로 끝이 났지만 그 졸업장은 4년간의 내 노력의 과정이 담긴 결과물이었다. 과정보다 중요한 결과는 없었다. 과정을 열심히 즐겼고 견뎌내었기에 얻을 수 있었다. 입학부터 졸업장을 받으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 대학생활은 그다지 기억에 남지 않았을 것이다. 주어진 시간마다 최선을 다해 놀기도 했고 힘을 쏟기도 했었기 때문에 값진 결과물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방아쇠는 당겨졌고 시간은 흐르고 있으니, 답은 정해졌다.


대학 생활을 끝낸 우리는 각자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학생 신분이란 울타리 속에서 조금의 안정감을 느껴왔지만 그 울타리를 벗어나는 순간에 우리는 진정한 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생각보다 경쟁은 더 치열하고, 더 높은 곳에 올라가야 한다는 열망은 더 처절하며, 앞길은 더 막막할지 모른다. 가호의 <시작>이란 노랫말에 나오듯 두렵지만 시작은 늘 새롭다. '새로운 시작은 늘 설레게 하지. 모든 걸 이겨낼 것처럼.'

새로운 시작을 앞둔 지금은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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