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만남의 끝은 어디쯤일까. 끝을 정해 놓고 만나지는 않지만, 이상하게 만남을 이어가다 보면 그 끝이 보이기도 했다. 길지 않은 인생이라도 각자 나름대로 살아온 경험치가 있었고, 두어 번의 만남 후엔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가 어느 정도는 판가름이 났기 때문이다. 사람을 진득하게 오래 봐 오지도 않고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되지만, 시간 지나 돌아보면 처음에 했던 생각, 느낌 감정들이 웬만하면 거의 들어맞았다.
자의든 타의든 사람이 걸러지고 관계가 정리되었다 해도 해야 할 일이 있다. 칼로 무를 자르듯이 평생 두 번 다시 보지 않을 사람처럼 돌아서지 않아도 된다. 내게 지우지 못할 상처를 준 사람, 내가 먼저 손을 놓아도 죽을 때까지 생각나지 않을 것 같은 사람, 자기 죄를 평생 반성하며 혼자 아팠으면 좋겠는 사람이라면 다르겠지만, 사람의 일이란 게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시간 지나 후회하고 혼자 괴로워하지 않으려면 자신만의 선을 세운 뒤 잘 지키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우리의 관계는 여기서 끝이 났지만, 마지막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건, 해야 할 건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이다.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너와 나의 일에 좋은 일로만 생각이 났으면.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것처럼 우리의 관계는, 인연은 끝나더라도 서로에게 나쁜 사람으로 남게 되지 않기를. 타이밍이 어긋났던 것이고, 우리가 조금 달랐을 뿐이지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어차피 잊을 수 없는 사람이라면, 최대한 좋은 모습만, 장점만 바라보고, 기억할 수 있기를. 지금껏 네가 보았던 모든 모습이, 나의 나쁜 모습이 더 크게 보였을지라도 좋은 모습으로 덮어 서서히 잊어가기를 바라는 중이다. 이제 우리가 끝났다는 뜻이고, 이별이 다가왔다는 의미이며, 그렇게 헤어지는 중인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원했던 시기에 만났다면 인연이었겠지만,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것 또한 우리의 운명으로 받아들일 때다. 사랑의 크기와 그 깊이를 가늠할 수는 없어도 사랑했다는 그 사실은 받아들일 수 있길, 먼 훗날 우리 가끔 안부를 묻는 게 낯설지 않기를, 얼굴 마주하며 인사를 나눠도 어색하지 않은 사이로 남기를 바라며 다른 의미로의 안녕을 고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