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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강철저 Feb 11. 2022

다둥이를 키우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일상의 시스템화

시대에 역행하게 애를 셋이나 낳고 나서 제일 많이 한 고민은 어떻게 일상을 시스템화할 것인가였다.


꼭 필요한 일에 에너지를 집중하기 위해 외주가 가능한 일들을 선별했다

나는 애들을 보는 것은 즐거운 편인데 요리를 포함한 주방 일은 스트레스인 사람이라 아이 돌보기에 집중하고 가사는 적절하게 도움을 받는 방향으로 정했다아이 돌보기라는 커다란 범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만의 기준이었다.


나무가 건강해야 열매가 탐스럽다


이것은 나의 기본적인 육아관이다. 여기서 나무는 부모이고 열매는 아이들이다.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에 탐스러운 열매가 매달릴 수 없듯 부모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아이들도 건강하다고 믿는다. 


부부의 행복에 우선순위를 두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부부 침대에서 아이를 재우지 않고 아이들은 처음부터 자기 침대에서 재웠다. 애들이 자고 나선 남편과 둘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그날 일에 대해 대화를 많이 나눈다. 


아이들을 잘 돌보고 

나 자신을 잘 돌보고 

남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상을 시스템화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구체적으로 나의 일상의 시스템화는 다음과 같은 3가지 원칙을 따른다.


(1) 집 안의 물건 수 줄이기


 게으름은 소유하고 관리할 물건이 별로 없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특권이다.
할 일이 적을수록 생각하고 꿈꾸고 게으름을 피울 시간이 많아진다


<심플하게 산다>(도미니크 로로)에서 나온 이 문장을 읽고 내가 간절하게 갖고 싶은 것이 바로 '게으를 수 있는 특권'임을 깨달았다

일상을 불편하게 하는 것들로부터 벗어나고 주변을 단순하게 만들어 생각하고 꿈꾸고 게으름 피울 시간을 늘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집안의 총 물건의 수를 제한했다. 

새로운 물건을 집안에 들이려면 기존의 물건을 버리고 꼭 들여야 할 물건이라면 선택지들 중에서 더 작은 것을 골랐다. 물건을 유지하는데 드는 공간의 비용을 생각하고 텅 빈 공간이 많을수록 내가 해야 할 일이 줄어들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은 늘어남을 기억했다

집에 사는 것은 사람이지 물건이 아님을 기억하고 이 집에서 가장 많은 영역을 차지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물건의 수를 제한하니 치우고 쓸고 닦을 것이 줄어들어 나의 가사 노동시간이 줄어들었고 이는 자동으로 '나만의 시간' 확보로 이어졌다짐이 늘어나지 않으면 더 넓은 평수로 옮기지 않아도 살 수 있으므로 거주비용이 줄어든다는 것은 덤이었다.



(2) 집안일하는 시간 정하기

집안일을 눈에 보이는 족족 하다보면 집에 있는 시간이 고통스러워진다

청소를 포함한 가사에는 최소한의 시간만 정해서 그 시간 내에 뛰어다니며 해치운다는 심정으로 빠르게 한다. 그 외의 시간에는 집안일에는 낮은 시력을 유지하고 아이들에게 집중하거나 나만의 시간을 충실히 보낸다

보이는 대로 빨래하고 설거지하는 게 아니라 건조기와 식기세척기 돌리는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에만 하고 다른 때엔 주방과 세탁기 주위를 쳐다보지 않는다

아이들의 하원 전 한 시간과 남편 퇴근 전 30 육퇴 후 30분은 집안일에만 집중하는 시간이다. 그 외의 시간에는 아이들이 주로 노는 거실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나만의 공간만 깨끗이 유지한다.


(3) 1회 정기 청소 도움 & 반찬 주문은 남편 전담.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화장실 청소를 포함한 베란다 및 싱크대 청소 등은 하기가 어렵다. 1회 청소도우미가 오시는 날 이런 청소들은 맡기고 그 시간에 나는 집안에서 쓰지 않는 버릴 물건을 모두 꺼낸다. 이날만은 집을 한번 뒤집어 탈탈 터는 날이고 평소엔 핸디청소기와 손걸레 위주로만 한다.

평소엔 '대강' 청소, 청소도우미 오는 날은 '철저'한 청소! 

위의 1번 원칙 덕에 작은 평수에서도 살 수 있으므로 청소도우미 비용 절약도 가능하다

청소와 함께 양대 산맥인 요리도 아이들 반찬은 내가 어른 반찬은 남편이 분담했다

반찬가게에서 아이들과 함께 먹을 반찬을 골라 준비하고 하원직전 간단한 요리를 하는 것은 나의 몫. 

온라인 반찬업체에서 어른이 먹을 메인메뉴를 주문하는 것은 남편몫

남편 이름으로 반찬 주문 업체에 가입시키고 기본 반찬세트를 주문해 줬더니 입에 맞대서 그 담부턴 반찬 주문 전담을 부탁했다

남편은 본인이 먹고 싶은걸 고를 수 있고 나는 가사분담을 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이러한 세 가지 원칙을 통해 일상의 시스템이 구축되면서부터 나는 나만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은 나와 남편이 돌보지만 나는 내 스스로가 돌보지 않으면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

돌보지 않는 몸과 마음은 버려진 식물들처럼 쉽게 상한다. 

쉽게 방전된다

나무의 뿌리가 메마르면 잎까지 수분이 전달되지 않듯 

엄마가 육아 번아웃이 되면 가장 큰 피해는 가족이 겪게 된다. 


내가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일상의 루틴이 있어야 나와 가족의 하루가 알차게 굴러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면 두 시간은 무조건 휴대폰도 멀리 둔 채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챙겼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시간을 일정하게 가지는 것만으로도 나는 점점 흐려지는 나의 경계를 붙잡고 또렷하게 다시 나를 그려낼 수 있었다. 


한 손으로는 아이들이라는 작은 나무들에게 물을 주면서도 

다른 한 손으로는 스스로에게 물을 주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이는 곧 육아(育兒) 하며 육아(育我) 하기와 연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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