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의도 다시 나의 중심을 찾는 과정
우리 집에서 한 달 정도 머물렀던 가족들이 한국으로 돌아갔다. 가족들을 중심으로 돌아갔던 나의 루틴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이다. 무언가 허전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어쩐지 다시 꽉 찬 기분이 들기도 한다. 가족들이 채워주고 간 꽉 찬 마음으로 다시 내 일상을 살아간다.
가벼워진다는 것은 어쩌면 반복적인 일상을 사는 것. 반복적인 일상에 직접 몸을 움직이고 손에 닿는 일들을 채워 넣는 것. 내가 먹을 음식을 내 손으로 만드는 일. 재료부터 조리의 모든 과정을 함께 하는 일도 그 순간에 집중하고 모든 것에 감사하게 한다. 아주 작은 소소한 일상도 마찬가지. 내 주변을 살피는 일이 특히 그렇다. 계절의 변화를 알고 지금 맛있는 과일을 아는 것. 식물들을 살피는 것. 모두 나의 지금을 살게 하는 아주 작은 일상이다.
내가 하는 일과 나의 지금 걱정거리들에서 잠시 떨어져 나오는 것도 나를 가벼워지게 한다.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집중하다 보면 당연히 몸과 마음이 그곳으로 옮겨간다. 그 과정에서 나는 중심을 잃는다. 그래서 일은 소중한 원동력이 되지만 중심을 지켜주는 축이 되기는 어렵다. 가볍게 중심을 잡는 축은 생활이다. 내 하루를 구성하는 하나하나의 모든 것들, 그중 하나가 바로 일(work)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때가 있었다. 일상이 조금 무너지더라도 일에 집중하는 삶이 더 좋아 보이던 때. 일 때문에 모든 일상을 다시 재조정하는 것이 좋았던 때. 일로서 나의 아이덴티티를 만들고 그 중심에서 생활을 만들어 가던 때. 결국 나는 중심을 잃었다. 마음에도 기댈 곳이 필요했고, 몸도 어딘가 기대어 쉬어가야만 했다.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할수록 되도록 중심으로 만들지 말자 다짐했다. 일은 그저 하루를 구성하는 것들 중 하나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일이 내 하루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들 중 하나가 될 때 오히려 더 소중해진다.
직접 몸으로 경험하는 반복적인 일들의 구성으로 이루어지는 하루, 그리고 그 속에서 잠시 중심을 잃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작은 흔들림들이 주는 집중력. 그것의 반복이 아주 안정적인 밸런스를 만들어 준다. 흔들리는 판 위에 서있어도 중심을 잡고 서있게 하는 것은 일정한 균형과 순간순간의 흔들림이 주는 집중력. 그래서 나는 직접 움직이게 만드는 일들과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작은 흔들림을 사랑한다. 더 가벼워지기 위해서 더 중심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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