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돌보지 않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난다. 떠날 채비 하던 식물들에게 부랴부랴 안부를 묻고 있다. 부디 마음 돌리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테라리움 안에서 사는 식물들에게 이것만은 꼭 지켜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원산지에 가까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 식물들이 작은 상자 안에서 공생하면서 순환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주려고 한다. 마치 원래 여기 살던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것. 비록 자의적인 위안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테라리움은 하나의 순환 체계를 가지고 있다. 밀폐된 환경에서 어떻게 식물이 살까 싶지만, 뿌리에서 흡수한 물은 잎을 통해 증산작용을 하고, 빛을 받으며 광합성을 한다. 증발한 수증기는 다시 유리 벽면에 맺혀 땅으로 떨어지면서 뿌리에 수분을 공급한다.
그나마 이 자연적인 순환체계에서 내가 유일하게 거드는 것이 있다면, 오래된 잎들이 누렇게 되면, 잎을 자르거나 떼어내 버리지 않고, 그 잎들을 잘게 잘라 다시 테라리움의 흙 위에 뿌려두는 것이다. 자연에서라면 낙엽은 땅으로 떨어져 썩으면서 다시 뿌리의 영양분 역할을 하는 부엽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타향살이하는 식물들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몫이자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