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4년 넘게 일하고 간 LED 투광기가 있다. 투광기는 간판을 밝히거나 공장의 작업등으로 쓰는 조명이다. 그만큼 밝다. 나는 이 투광기를 수초 키우는 조명으로 사용했다. 빛은 물속으로 들어오게 되면 그 양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속성이 있다. 빛의 일부는 수면에 반사되고, 일부는 물에 흡수되기 때문이다. LED 투광기는 강한 빛을 가지고 있는 덕에 수초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
하지만 나의 관심은 이제 물밖에 자라는 관엽식물로 옮겨가고 있었다. 관엽식물은 볕 좋은 자리가 가장 큰 보약이지만, 북향에서 식물을 키우는 집사에게는 그마저도 사치다. 점점 늘어나는 식물에게 모두 값비싼 식물등을 달아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마침 놀고 있는 투광기를 아무 의심 없이 관엽식물들에게 달아주었더니, 식물들은 아무 의심없이 광합성을 하기 시작했다. LED 투광기 역시 관엽식물에게도 유효했던 것이다.
이 투광기는 4년간 15,000시간 동안 식물의 광합성을 돕고 수명을 다했다. 하지만 몇몇의 식물들은 여전히 햇빛 대신 투광기로 광합성을 하고 있다. 운 좋게 ‘투광기로도’ 광합성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투광기조차’ 식물에게 성장 동력이 된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경이롭다. 식물에게 완벽한 조건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이 인류보다 오래 지구상에서 생존해온 식물의 전략이 아니었을까. 식물은 움직이지 못한 대신 그 자리에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