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들여
얼마 전 살이 너무 찐듯하여 좀 빼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전엔 그냥 굶어서 빼기도 했는데, 이제는 굶으면 위경련도 오고 해서, 위에 좋다는 양배추 샐러드(드레싱 뿌린 건 안 비밀)를 만들어 계란 하나 올려서 저녁으로 때우곤 했다.
계란이 그냥 먹을 땐 별 맛을 못 느꼈는데, 샐러드랑 먹으니 소고기 저리 가라더라. 왜 예전에 어른들이 계란 한알에 열광하셨는지 알겠다.
운동과 식이요법을 동반하면서 주말은 치팅데이로, 점심은 맘껏 먹는 것으로 정하였다.
주말이 금, 토, 일이라 치팅데이가 너무 긴 것도 같았지만 그냥 실행했다.
더운 여름에 열심히 땀 흘린 보람이 있는 것인지, 몸무게가 조금 줄었고 여기저기서 살 빠져 보인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작년부터 정장을 사러 가면 내가 인정할 수 없는 사이즈의 옷을 자꾸 추천해줘서 살 빼고 산다고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옷 한 벌 사지 못하였는데, 이번에 살이 좀 빠졌으니 여름에는 간편복(회사에서 여름에만 제공하는 유니폼형태의 카라티셔츠이다)으로 버티고 가을에 뉴 정장을 구입, 착용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지난주, 아직 뉴 정장을 구입하지 않은 상태로 결혼식에 참석을 하려고 정장을 꺼내 입는데, 분명 살이 빠져서 헐렁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정장이 꽉 끼는 것이다. 심지어 전보다 착용감이 더 안 좋아졌다.
이런 맙소사.
살이 빠지긴 했는데, 많이 찐 상태에 비해서 빠진 것이고. 여름 전 몸무게로 그냥 돌아간 것 뿐이었다.
나... 여름 전의 몸무게를 기억 못 한 거야?
운동을 해서 근육이 늘어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지만, 나의 몸뚱이는 물렁하기만 하고...
어쩔 수 없이 정장을 사러 가야 할 거 같다.
내가 인정할 수 없던 그 사이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