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말을 놓다. 상실의 끝에 마주한 나의 이야기
나는 말하는 걸 좋아한다.
언제나 누군가와 대화 나누는 일로 내 삶은 꽉 차 있었다.
남편과 소소한 이야기부터 큰 꿈을 나누었다.
아이들의 고민과 소망을 들어주었고.
학부모들의 바람을 들어주고 내 의견을 전달했다.
학생들과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끝없이 대화해 왔다.
그 모든 순간이 나를 단단히 지탱해 주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남편과의 사별 이후 내 삶은 적막이 감돌았다.
낯선 고요함.
모든 게 다 그대로 이고 다만 한사람이 사라졌을 뿐인데
내 소소한 말에 화답해 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
무거운 침묵.
나는 날마다 길 잃은 강아지마냥 이리저리 흔들렸다.
이제 나는 나에게 말을 걸어보려 한다.
상실은 나를 무너뜨렸지만, 동시에 나를 마주하게 했다.
깊은 슬픔이 나로하여금 쓰고 싶게 했고,
글은 나의 말에 화답해 주었다.
그 목소리는 때로는 따뜻한 위로가 되었고,
때로는 다시 일어서라는 단단한 당부가 되었다.
이 책은 특별한 스토리가 없다.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사실 누구나 겪는 상실의 경험과
그 이후의 나를 기록하려는 것이다.
그저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온 한 사람이
스스로에게 건네는 작은 말들이다.
그러나 이 평범한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도 닿아,
위로가 된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