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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유이 Nov 02. 2023

아이스크림: 보다 많은 설탕이 필요하다

아이스크림 좋아하시나요?

하드, 콘, 샌드부터

초코, 바닐라, 커피 등등

종류도 맛도 각양각색.


기분이 울적한 날엔

입안에 퍼지는 달콤함 한 스푼에

감정의 먹구름은 순식간에 녹아버리죠.


음식은 온도에 따라서 맛은 다르게 느껴진다고 해요.

찬 음식에 단 맛을 내려면

보다 많은 설탕이 들어간대요.


그래서 그런지 살짝 녹은 아이스크림이

깡깡 언 아이스크림보다

더 달게 느껴져요.




이걸 우리 마음에 비춰보면 어떨까요.

마음이 차가운 사람이

보들보들한 애정을 체감하려면

보다 많은 사랑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의심하고 경계하고 또 밀어내고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어느새 마음은 상대에게 기울어버려서

화들짝 놀라고

상대에게 건네버린 호감을

없던 일로 치부하려고 급급하지요.


아이스크림 같이 차가운 마음에
설탕 같은 애정을 탈탈 털어서
단맛 같은 신뢰를 견고히 쌓아 올리는
지난한 과정.


한 보 가까워졌다가

세 보 물러나는 스스로의 모습에

질려서 도망칠 법도 한데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울 따름이에요.


그럼 전 암울하게 방구석에 앉아서

나는 마음이 차가운 사람이니

타인이 주는 달콤한 애정을

아기새처럼 야금야금 받아먹어야 한다고

나약함을 정당화하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아요.


그건 제 고통과 우울의 늪에 빠져서

여유를 박탈당했던 과거에 족하지요.

나이가 들면서 불현듯 생각이 들었어요.


암울한 감정에 침전해서

생산적이지 못한 인생에

굳이 후회 한 점을 추가하는 것,

시간을 허비하는 게 지겹더라고요.


나는 마음이 얼어 있는 사람이구나,

설탕이 많이 필요한 아이스크림 같은 사람이구나

한 번 가볍게 인식하는 거예요.


그리고 조금 컨디션이 좋은 날엔

다짐을 해보는 거죠.

마음이 따뜻한 사람에게

나도 애정 한 스푼을 기꺼이

넣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자고요.




설탕이 많이 필요한 아이스크림도

적절한 맛을 내는 데엔

적당한 양이 정해진 것과 달리

사람 사이에는 최대치의 애정은 없지 않을까 싶어요.


따뜻한 사람에게도
차가운 사람에게도
신뢰와 기댈 수 있는 애정은
무한정으로



차가운 마음을 녹일 수 있는 애정,

따뜻한 마음을 더욱 뜨끈하고

견고하게 만들 수 있는 애정

동일하게 필요하지요.


그런 표현의 일환으로

오늘,

고마운 이에게 메시지 하나 남겨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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