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없는 그림책 7
부제_어느 벌레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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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산이 있어.
산봉우리가 많아서
아무도 끝까지 오르지 못한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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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산을 정복하면
난 히어로가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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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산을 오르기 시작했어.
하지만 그 일은
생각보다 힘들고 어려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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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우리 하나를 넘으면
또 하나가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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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를 넘으면
또 하나가 나타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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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없는
산봉우리, 산봉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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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는 지쳐버렸어.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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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산 아래에서
많은 목소리가 들렸어.
히어로!
히어로!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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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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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좀 더 힘을 내보자!
히어로는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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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산을 올랐어.
그리고 산봉우리를 하나씩 넘어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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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또 하나.
하나, 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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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깜짝 놀랐어.
너무 놀라서 숨이 멎을 뻔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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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사실을 깨달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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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르던 산은
산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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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삼각형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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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는
삼각형을 맴돌았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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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말을 잊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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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 돼.
이 사실을 들키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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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나를
히어로라고 부르지 않을 거야.
모두 비웃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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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심했어.
삼각형을 맴돌기로.
쉬지 않고 더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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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형이
큰 산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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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나는 계속해서
산을 오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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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여전히
나를 히어로라고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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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도 믿어.
이 삼각형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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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을 오르는 히어로.
히어로야!
*
내가 지금 오르고 있는
이 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