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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 김춘수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꽃 - 김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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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겨울이 지나고,

다가 올 봄의 계절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겨우 내 버티고 이겨 낸

그리하여 얇은 나이테 한 줄 더하여

연초록 잎을 밀어내며

한 줄기 그리움의 꽃을 피우려는

나의 이름을

누가 불러다오


그 부르는 소리에

그 부르는 마음에

지친 걸음 더딘 마음

화들짝 깨어

봄의 손을 잡고

어서 가자 달려오도록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나의 향기를 맡아다오


세상 모든 그리운 이름을 조용히 되뇌어 봅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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