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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한철 - 박준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미인은 통영에 가자마자

새로 머리를 했다


귀 밑을 타고 내려온 머리가

미인의 입술에 붙었다가 떨어졌다


내색은 안 했지만

나는 오랜만에 동백을 보았고

미인은 처음 동백을 보는 것 같았다


"우리 여기서 한 일 년 살다 갈까?"

절벽에서 바다를 바라보던 미인의 말을


나는 "여기가 동양의 나폴리래"하는

싱거운 말로 받아냈다


불어오는 바람이

미인의 맑은 눈을 시리게 했다


통영의 절벽은

산의 영정影幀과

많이 닮아 있었다


미인이 절벽쪽으로

한 발 더 나아가며

내 손을 꼭 잡았고


나는 한 발 뒤로 물러서며

미인의 손을 꼭 잡았다


한철 머무는 마음에게

서로의 전부를 쥐여주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마음 한철 - 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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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운전을 배우고 떠난 장거리 여행이 아마도 거제도였던것으로 기억합니다.

네비도 없던 시절, 지도책 한 장 펴고,

첫 운전의 설렘과 긴장 속에 서툰 초보운전으로 편도 일곱 시간이 넘게 걸렸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렇게 가 본 통영과 거제의 기억이 그 후에 몇 번을 다녀왔지만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오늘 박준 시인의 '마음 한철'을 그리고 나니 마치 통영을 다녀온 듯 마음 한편이 아련해집니다.

시인을 따라, 미인을 따라, 통영의 절벽을, 통영의 바다를, 통영의 한철을 함께 돌아보고 온 듯합니다.


그런 때가 있었습니다.

'한철 머무는 마음에게

서로의 전부를 쥐여주던 때'가

그 마음에 전부를 걸었던 때가,

그 한철에 가슴 두근대던 때가,

그 전부에 가슴 저리던 때가,

아직도 가슴 저 어느 한 구석에선

작은 옹이로,

아문 상처로,

흐린 흔적으로,

찰랑이는 그리움으로,

그렇게 그때는 남아 있습니다.


통영 절벽의 쨍한 파랑을 기억하며,

마음속 그 한철을 기억해 보는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그리움의 아련함을 응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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