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점끼리 모여사는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비교적 한가한 오전 시간에 커피를 굽습니다.

원두가 잘 구워져 고소한 냄새가 나면 뜨거워진 커피알들을 식혀줍니다. 그리곤 결점두缺點豆를 골라냅니다. 이름은 결점두이지만 딱히 특별한 결점은 아닙니다.

덜 구워지거나 깨지거나 모양이 일정치 않은 원두들이지요. 균일한 커피 맛을 내기 위해 골라내는 것이죠.


골라놓은 결점두들을 보며 생각합니다.

다른 원두들과 있을 땐 덜 구워져 보이던 색이 저들끼리 모아놓으니 다 비슷합니다. 어떤 원두는 착각으로 골라진 것도 있습니다. 일정치 않은 모양도 모아놓으니 다 비슷해 보입니다.

결점두끼리 모아놓으니 딱히 결점두가 아닙니다.

어차피 함유된 커피 맛은 다 같고 커피향은 다 같습니다.

그저 다른 원두들의 무리에 어울리지 않을 뿐이죠.


골라놓은 결점두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네 세상도 그럴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듭니다.

사회라는 커다란 집합안에서 다르다고 차별받고, 다르다고 밀쳐져 결점두같은 차별하는 이름표를 붙이는 시스템이 말이지요.

때론 어이없는 기준에 결점두로 밀려나고,

공평하지 않은 시선으로 구석으로 밀쳐져 있기도 합니다. 어떤 기준의 잣대를 드는가에 따라 오늘은 선택되고 내일은 제외되기도 하지요.


결점缺點이란 이지러진 것이란 뜻입니다.

이지러진 결점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어쩌면 나의 개성입니다.

모자란 것이 아니라 내가 더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세상에 어느 것 하나 완벽한 것은 없을 겁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결점 한 두개씩은 다 가지고 있는 결점두들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결점두들이 모여 사는 세상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고 말이지요.


모아놓은 결점두들을 갈아서 드립 커피를 내려봅니다.

뭔가 새로운 맛이 입안에 가득합니다

우리네 사는 땀과 눈물의 맛 같아 꿀꺽 삼킵니다.

목구멍이 따끈합니다.

그렇게 내 안에 결점 한 모금 들여놓아보는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결점두들의 하루가 평화롭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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