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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최승자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한 숟갈의 밥, 한 방울의 눈물로

무엇을 채울 것인가,

밥을 눈물에 말아먹는다 한들.

그대가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 해도

혹은 내가 아무리 그대를 사랑한다 해도

나는 오늘의 닭고기를 씹어야 하고

나는 오늘의 눈물을 삼켜야 한다.

그러므로 이젠 비유로써 말하지 말자.

모든 것은 콘크리트처럼 구체적이고

모든 것은 콘크리트 벽이다.

비유가 아니라 주먹이며,

주먹의 바스라짐이 있을 뿐,

이제 이룰 수 없는 것을 또한 이루려 하지 말며

헛되고 헛됨을 다 이루었도다고도 말하지 말며

가거라, 사랑인지 사람인지,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죽는 게 아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살아,

기다리는 것이다,

다만 무참히 꺾여지기 위하여.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내 몸을 분질러다오.

내 팔과 다리를 꺾어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 최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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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것은

살아남아 너를 기다림이라 합니다

사랑의 아픔에,

사랑의 고통에,

몸이 꺾여 꽃병 속에 꽂아질 듯

역설의 사랑을 노래하는

시인의 시구절이 강렬하게 마음에 들어옵니다.

떠나는 사랑과,

떠나보내는 사랑과,

남아 살아가는 사랑들을 응원합니다


모든 이들의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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