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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터드리븐리포트 Nov 10. 2024

쓰레기통 모델을 재활용(Recycling)하려는 이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은 조직의 최선의 선택을 보장할 수 있는가?

쓰레기통이라는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이 모델은 조직의 의사결정에 관한 모델이다.


'인간은 합리적이다'라는 경제학의 대표적인 가정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진정 합리적인가?라는 명제가 너무 강하다 보니 많은 학자들의 도전을 받아야 했고, 그래서

 나온 가정이 "인간은 특정조건에서 합리적이다 (bounded rationality)"이다.  즉, 인간은 어차피 모든 정보를 갖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정된 자원에서 합리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쓰레기통 모델이라는 것은 이것조차도 인정하지 않고, 더욱 극단으로 가서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가정하고, 조직의 의사결정을 설명한다. 실제 예시를 한번 들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될지도 모르겠다.



쓰레기통 모델

회사에서 새로운 제품 홍보에 대한 회의를 한다. 보통 회의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가 한꺼번에 다뤄지고, 참여하는 사람들마다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아이디어와 의견을 가지고 온다. 


- 문제: "우리 제품을 어떻게 홍보할 것인가?"라는 큰 질문이 있지만, 참석자마다 고민하는 문제가 다르다. 예를 들어, 마케팅 팀은 SNS 활용을 고민하고, 예산 담당자는 비용 절감을 걱정하며, 영업 팀은 고객 반응을 더 빠르게 확인할 방법을 찾는다.


- 해결책: 이미 각자 생각해 온 다양한 홍보 아이디어가 있다. 어떤 사람은 유튜브 광고를 하자고 하고, 어떤 사람은 인플루언서를 활용하자고 하며, 다른 사람은 팝업 매장을 열자고 제안한다.


- 사람들: 회의에는 마케팅 팀, 영업 팀, 재무 팀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각 팀의 목표와 관심사는 다르다. 그래서 각자에게 중요한 부분이 다르게 평가된다.


- 기회와 상황 변화: 회의 도중 갑자기 경쟁사가 비슷한 제품을 할인 행사로 홍보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거나, 갑자기 예산이 줄어들게 되었다는 소식이 들어온다.


이 회의에서는 모든 아이디어와 문제가 마치 쓰레기통에 넣은 것처럼 섞인다.  

- 누군가는 비용 절감을 강조하다가 갑자기 다른 사람이 유튜브 광고를 하자고 하는 식으로 의견이 오간다.

- 시간도 제한되어 있어 깊이 논의하기보다 제안된 아이디어들 중에서 "어쩌다 보니" 특정 아이디어가 채택될 수 있다.

- 결국 누가 더 강하게 주장했는지,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갑작스러운 외부 정보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따라 결정이 내려진다. 원래 회의의 목적대로 심사숙고된 결정이 아니라, 여러 요소가 섞여서 예측하기 힘든 방식으로 결론이 난다.



정리하자면, 위와 같은 의사결정 모델을 '쓰레기통'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우리가 조직의 구성원들과 함께 결정을 내릴 때 원인과 결과가 정확하게 연결돼서, 해당 문제에 적합한 최선의 해결책을 선택하기보다는, 모든  문제, 해결책, 그리고 사람들이 쓰레기통에 아무렇게나 넣은 것처럼 섞여서 결정이 만들어지는 방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쓰레기통 모델은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계획해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복잡하고 우연에 따라 결정이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


재밌는 것은 현실에서 보고자 하는 현상이 이 쓰레기통 모형으로 설명이 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08년에 나온 시뮬레이션 연구는 2가지를 보여주는데, 

1. 문제 해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조직 구성원들은 같은 문제에 반복적으로 직면한다.

2. 중요한 문제나 상위 계층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문제는 오히려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피플 애널리틱스, HR 애널리틱스 분야에서 감이나 직관보다는 데이터 기반으로 하는 의사결정을 강조하고 책' 데이터드리븐리포트'를 집필한 후에도 여전히 나에게 풀리지 않았던 고민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은 조직의 최선의 선택을 보장할 수 있는가?" 

"데이터 기반으로 보고하더라도, 조직의 의사결정에서 데이터 기반 보고는 중요하게 다뤄지는가?"


어쩌면 쓰레기통 모델에서 진행하고 있는 주제들이 이런 고민에 다가갈 수 있는 한 가지 렌즈가 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시뮬레이션에 적용해서 조직의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이 현실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보고자 실무에서 고민하던 것을 풀어보려 한다. 최근 첫 번째 논문 주제를 ODC (Organizational Design Community)에서 "Extension of the Garbage Can Model through Generative Agent-based Model"로 발표했다. 확실히 실무에서의 경험으로 바라보다가 아카데믹에서 고민하는 것들, 기여할 부분들을 함께 찾으면서 균형을 잡는 것은 쉽지 않다. 논문에서만 보던 저명한 학자 분들 3분에게 30분 동안 피드백을 받다 보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멘털이 나가는 느낌이다. 


ODC Presenation


"이 비판은 나에 대한 것이 아니라, 내가 주장하는 내용에 대한 비판이다" 

란 생각을 되뇌어도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이 느낌. 전체를 부정하기보다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인정하고 개선할 점을 찾아나가는 것. 데이터 모델링에서도 모든 변수를 갖고 모델을 만들 수 없듯이, 연구에서 핵심 부분을 보완해 나가는 방법을 연습해 나가는 것이 1번이다. 그리고 나의 연구실에서 갇힐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비판받을 용기를 갖고 이런 자리에 계속 마주 서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연구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거나, 행동력의 바탕이 되는 멘털이 약해질 때, 이 질문을 계속해서 던져본다. 


"혹여나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더라도 이 연구 질문이 나에게 의미가 있는가?"  


나의 대답은 지금까지는 'YES'다.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이 '구호' 아닌 '행동' 되기 위해 조직 의사결정의 메커니즘을 더욱 자세하게 뜯어보려 한다이것이 내가 쓰레기통모델(Garbage can Model) 재활용(Recycling)해보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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