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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 Oct 20. 2020

투고를 망설이는 이에게

"원고를 투고하면 됩니다. 그러면 어딘가에선 연락이 올 거예요." 말이 쉽지 어떻게 투고하란 말인가. 책을 한 번도 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첫 단계부터 막막하다. 투고하는 방법부터 알려주면 참 좋을 것을...


원고를 어떻게 투고하는지를 나는 책으로 배웠다. 지금은 오래되어 책의 제목도, 작가의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책 속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다. 출판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공지 사항이나 별도의 투고 페이지를 찾아 클릭한 후 안내에 따라 자신의 원고와 출간 계획서를 첨부하면 끝이라고. 


'아... 간단하구나.' 그래서 그대로 따라해 보았다. 출판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투고 게시판에 글을 쓰고 원고를 첨부했다. 그리고 정말 연락이 왔고, 출간 계약서에 서명했다. 나의 책은 서점 평대에 놓여졌고 시간이 한참 지난 뒤 절판됐다. 지나고 보니, 말처럼 쉬웠다.


물론 요즘엔 온라인 기반 플랫폼이 많아, 블로그나 SNS 등에 꾸준히 글을 올려 역으로 출간 제의를 받기도 하지만 과거엔 작가(지망생)가 직접 원고를 보내 출판사 마음에 들어야 계약서에 서명할 기회를 얻는 게 보편적이었다. 지금도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출간이 목적이라면, 블로그에 글을 뿌려놓고 마냥 기다리는 것보단 먼저 움직이는 것이 빠를 수 있다. 전자든 후자든 '출간이 될만한 글'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출판사마다 투고 절차는 다르다. 어떤 곳은 웹 상에서 질문(출간 계획)에 답을 쓰고 원고를 첨부하도록 하고, 또 어떤 곳은 출판사에서 올려놓은 출간 계획서 양식을 다운받아 작성한 후 원고와 함께 이메일로 제출하라고 안내하기도 한다. 


유명인이거나 대단한 인플루언서도 아니 내가, 문학 전공자이거나 공모전 등에 당선된 적도 없는 내가 출간을 할 수 있을까. 수십 번은 거절당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상처 받지 않고 계속 투고를 이어갈 수 있을까. 


결과는 걱정했던 것보다 좋았다. 원고를 투고한 지 아홉 번 만에 출판사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처음 출간하는 초보작가였기에 8%라는 낮은 인세로 계약을 맺긴 했지만 저자명에 이름 석자를 올릴 수 있었다. 책이 한 권 팔릴 때마다 천 원의 수익이 생겼는데 여기에서 원천징수 세액을 공제하면 그보다 못한 수익이 발생했다. 베스트셀러가 아닌 이상 작가로 먹고사는 것은 힘들다고 하더니,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도 체감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책이 나에게 큰 금전적 보상을 가져다준 건 아니었다. 그러나 이 첫 경험은 나의 직업적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처음이 있었기에 두 번째 출간이 있었고, 작가에서 기자로, 기자에서 편집자로 집필 영역이 확장됐다. 때때로 에세이를 기고하면 실렸고, 혹은 잡지사에서 먼저 의뢰 메일을 보내오기도 했다. 나는 지금 글을 쓰며 돈을 번다. 


주변에서 종종 묻는다. "출간은 어떻게 해요?" 

말은 쉽지만 막막할 수 있는 대답을 나도 하게 된다. "출판사에 투고해 보세요." 과거에 들었던 이 대답은, 사실 경험자들의 진실된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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