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Yourself
가지 않은 길에 대해 후회하는 편은 아니나 가끔 궁금할 때는 있다. 그때 그 사람과 헤어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때 그 회사에 합격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그때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때... 잘됐으면 어떻게 됐을까.
그럴 땐 반대로 생각해본다. 그때 그 사람과 결혼했다면 대학원엘 가지 않았겠지. 그때 그 회사에 합격했더라면 작가가 되지는 않았겠지. 그때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나는 지금쯤 한국에 있었겠지. 그때 잘됐다면... 오늘의 나는 없었겠지.
이루지 못한 것들이 아쉬워 과거의 선택이 후회될 때, 내가 이룬 것들을 떠올리면 위로가 된다. 아니, 오히려 다행으로 여겨질 때도 있다. 어쩌면 다른 시공간에 있을지 모를 (다른 길 위의)나는, '공부를 더 하고 싶었지만 그때 결혼하는 바람에...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그 회사 연봉이 괜찮아서... 해외 생활을 꿈꾼 적 있지만 그냥 여행으로 즐기는 게 낫겠다 싶어서...'라는 핑계를 대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른 길은 정말 꽃길이었을까. 두 삶 모두 좋고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얼마 전 지인이 인생에서 가장 큰 성취를 하나 꼽는다면 무엇을 말하고 싶냐고 물었다. "첫 번째 책을 출간한 일"이라고 답했다. 가장 어설프고 서툰 필력이었을 그 책을 최고의 성취로 꼽는 이유는 나의 커리어 방향을 완전히 바꿔 준 '첫 단추'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책을 써야겠다는 결심을 내리던 때의 나는 서른 중반에 미혼이었으며 (작은 규모의)사업 실패도 맛본 직후였다. 하는 일이 없어지고 홀로 남겨지니 시간이 생긴 김에 출간 작업을 해보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미 가정을 꾸린 상태였더라면, 그 사업에 성공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는 중이었더라면 책을 쓸 생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물론 그 삶의 모습도 꽤 괜찮아 보인다. 의지할 가족이 있고 넉넉한 재물과 사업적 명예가 따랐을 테니. 그럼에도 그날을 후회하지 않는 이유는 작가가 되어 이민생활을 즐기고 있는 지금의 나에 만족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드는 생각이지만, 그때 잘 됐더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부모가 자식을 바라볼 때 비슷한 감정이지 않을까. '이 사람(배우자)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 요 귀여운 녀석을 못 낳을 뻔했잖아.'
'잘 됐다'의 기준은 뭘까. 보통은 우리가 의도했던 혹은 기대했던 것을 이루었을 때 잘 됐다고 한다. 좋아하던 사람과의 결혼에 골인하면 잘 된 거지만, 그 상대가 훗날 가정폭력의 주범이 되었다면 파혼을 하는 게 잘 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인생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글을 쓰는 시점에서)음력설이 코 앞이다. 비로소 묵은해가 가고 새해가 온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다는 노래 가사처럼, 과거보단 오늘과 내일을 꿈꾸는 신년이 되길...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서로 사랑할 수 있기를... 때가 때이니 만큼 덕담으로 끝을 맺는다.
Love Your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