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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May 28. 2024

애써서 해야 하는 일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

01 - 생각보다 나를 필요한 일은 많고 시간이 금방 금방 지나갑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 때부터 알고 지낸 친한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다들 걱정도 하고 부러워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한 친구가 대뜸 권합니다. "야. 20년이나 넘게 회사를 다녔는데 한번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내봐. 비워야 채우지." 그동안 해야 하는 일에 얽매여 있던 삶을 살아왔으니 조금은 공백기를 가져 보라는 조언이 참 고마웠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연재의 제목처럼 저는 프리랜서지만 한가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일상을 꽉꽉 채워서 지내고 있지요. 어제만 해도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들 아침 먹여 학교 보내고, 아내와 같이 뒷산으로 등산 가고, 집 앞 카페에 가서 글 두 편 쓰고, 점심 먹고 운동하고, 빨래하고, 첫째 학원 가기 전에 먹을 간단한 저녁 준비한 후에 기고하는 자동차 매체에 기고문 써서 보내고, 저녁 먹고 산책하고, 책 읽고, 둘째와 수다 떨고 했더니 하루가 정말 금세 지나갔습니다.

제가 늘 가던 카페의 제 자립니다.


뭐야. 그냥 일상을 보낸 거잖아.라고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도 당연한 것이 우리의 일상은 참 해야 하는 일들로 가득 차 있지요. 살아가는데 필요한 일들을 살림이라고 하는데 집안일은 참 돌아서면 다시 또 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회사라는 도피처가 있어서 하루의 절반 이상은 살림이라는 일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는데 프리랜서가 되면 더 이상 핑계될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해서 회사에 나가면서 보냈던 시간들을 온전히 마음대로 쓸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최소 8시간 근무에 출퇴근 1시간씩 해서 10시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제는 애써서 계획하고 나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시간을 만들지 않으면 나만의 무언가를 쌓고 생산할 새도 없이 하루가 지나가 버립니다.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 휴직을 해 보고 미리 경험해 본 저는 그래서 회사를 그만 둔 이후에도 마치 학교나 회사처럼 하루의 일과를 루틴 하게 정했습니다. 아침은 가족과 보내고, 아이들 가고 나면 운동하고, 운동 마치면 2~3 시간은 집을 나와서 노트북을 켜고 그날의 일을 합니다. 그리고 오후에도 되도록 점심 먹고 늘어지지 않을 수 있는 재미있는 일들을 둡니다. 도서관에 가기도 하고 골프 연습을 하기도 하고, 농구를 하기도 하고, 공부를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매일 오후에 올라온 뉴스레터 후보군에서 코멘트를 기고하는 일도 퇴직 전부터 시작했습니다. 아침 3시간, 오후 2시간 이렇게 나만의 활동을 하기 위한 시간을 확보한 셈입니다.


매일 기사를 보고 코멘트를 업데이트합니다. 공부도 되고 산업 전체의 방향을 고민하는데 도움이 되는 소중한 ‘일’입니다.


나머지는 그동안 회사 가는 만큼 소홀했던 가족들에 맞추어 필요한 일들을 하면서 보내고 있습니다. 같이 동네를 산책하기도 하고, 학원에 늦었다고 차로 데려다 달라면 데려다주고, 새로 나온 뉴진스 앨범을 사러 교보문고에 가자고 하면 즐거운 마음으로 합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건 어디서나 참 뿌듯한 일이고 회사를 그만둔 가장 큰 이유도 가족이 필요한 순간에 곁에 있고 싶었던 사실도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서 홀로 서는 나를 세우려면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 이상이 필요합니다.   


동네 마실 다니기 좋아하는 둘째는 틈만 나면 나가자고 그럽니다.


그러니, 프리랜서라고 시간이 많을 거란 기대는 하지 마세요. 오히려 집에는 그동안 당신을 고파했던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을 이겨 내려면 당신이 꼭 하고 싶은 일과 나만의 성과를 쌓을 수 있는 일을 만들고 그 일을 할 시간을 애써서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회사를 그만둔 것뿐이지 인생의 커리어를 그만둔 건 아니니까요.

이전 01화 "프리랜서지만 한가하진 않아요"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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