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팔고 싶은 것은?
대표님이 자주 말씀하시는 게 있다. 바로 '어떻게 파느냐보다 무엇을 파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고객들이 알아서 우리 회사를 조사하고, 우리보다 고객이 먼저 연락을 해주니, 이보다 영업하기 좋은 환경이 어디 있겠냐는 것이다. 우리 팀장님도 이 점에 대해서는 대표님과 생각이 비슷한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나는 영업 사원으로서 아주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얼마 전에 헤드헌터로부터 이직 제안을 받았다. 제안을 한 곳은 온라인으로 코딩 교육 콘텐츠를 판매하는 플랫폼이었다. 헤드헌터는 그 회사에서 일할 영업 사원을 구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어울릴 만한 사람을 찾는 중에 내가 구직 사이트에 공개해 놓은 이력서를 보고 연락을 한 것이었다. 나는 솔직히 그 제안이 끌렸다. 언젠가 기술과 교육을 잇는 일을 하고 싶은데, 그 소망을 이룰 수 있는 기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가까운 사람들에게 말했더니, 그들은 한마음으로 나를 말렸다. 온라인 코딩 교육 시장이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낮을뿐더러, 이곳에서 판매하는 상품(교육 콘텐츠)이 특별한 장점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결국 그들도 '무엇을 파느냐가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말해준 것이었다. 듣고 보니 그들의 말이 맞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헤드헌터의 제안을 거절하기로 했다.
이번 일을 통해 내가 영업 사원으로서 무엇을 팔고 싶은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IT 중에서도 데이터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 데이터를 모으고, 쌓고, 정리하고, 분석하는 모든 과정에 대해서 새로운 기술이 줄을 이어서 나오고 있다. 그 새로운 기술이 반영된 제품들 중에서도 데이터베이스(DB)나 데이터웨어하우스(DW)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데 쓰이는 제품들은 소프트웨어든 하드웨어든 가격이 비싸다.
영업 사원이 되고 나서, 언젠가는 수백 억 - 수천 억짜리 비싼 제품을 팔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만한 비용이 들어가는 제품은 데이터 분야에서는 DB/DW 제품들밖에 없는 것 같다. 한 회사에서 새로운 DB나 DW 제품을 도입한다는 것은 회사의 업무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바꾼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만약 내가 DB/DW를 팔게 된다면, 비용적으로나 시스템적으로나 고객에게 사업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요즘 AI가 대세라고들 하는데, 그 AI도 결국은 데이터를 먹고 자란다. 그것도 아주 많은 데이터를 말이다. AI가 발전할수록 데이터와 관련된 시장도 점점 커질 것이고, 많은 회사들이 DB/DW에 갈수록 더 큰 비용을 쓰게 될 것 같다. 고객들로 하여금 그렇게 많은 비용을 쓰도록 설득하는 영업 사원이 되고 싶다. 그러려면 고객들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는 한편, 기술적으로 탄탄한 근거를 바탕으로 내가 파는 제품을 고객이 사용하도록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궁극적인 꿈은 기술과 인문학을 잇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영업 사원으로서 고객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들을 설득하는 일은 인문학의 영역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부족한 글을 계속 쓰려고 하는 것도 말과 글에 대한 감각을 계속 가다듬고 싶어서이다. 다만 고객을 이해시키고 설득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으로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지금은 한참 부족하지만, 오히려 부족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