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전세살이를 시작하며
1990년, 내가 네 살, 오빠가 아홉 살이던 무렵에 고척동 한효 아파트에서 목동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그리고는 결혼하기 전까지 20년을 넘게 쭉 한 동네에 살았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그 중 천만이 서울에 사는 시대에 서울에 태어났다고 해서, 서울이라는 대도시를 고향이라고 말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있어 목동이라는 동네는 서울 안에 있지 않다. 이 동네는 내게 과거의 누군가에게 고향이라는 단어가 줄 법한 그런 느낌을 갖게 한다.
목동에서 처음 살았던 아파트는 복도식 서향 아파트였다. 너무 어릴 때라 기억은 가물거리지만 여름이면 저녁까지 해가 깊이 들어왔고 집이 너무 더워 엄마가 힘들어했던 것, 그래서인지 여름이면 대문을 활짝 열어두고 차가운 마루 장판에 누워 맞바람을 쐬던 몇 장면이 사진처럼 남아 있다.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