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그 집에는 우리가 들고 날 수는 없어도 꽤 너른 땅에 나무가 심어진 앞마당이 있었다. 일층집 안방의 사생활을 지켜주기 위함이었으리라. 이름은 모르지만, 봄부터 부지런히 연둣빛 싹이 나기 시작해 여름이면 한껏 영근 초록 잎사귀가 가득한 정원을 만들어 준 나무들. 이 집을 사랑했던 이유 중 하나였다.
집주인이 집을 내놓기 전, 해를 가리는 나무 하나가 마음에 걸렸던 것인지, 톱 든 사람 둘이 와서 나무를 옮겨 심는 대신 밑동만 남긴 채 순식간에 잘라가 버린 날이 있었다. 집 안에서 그 광경을 뻔히 지켜보고 있던 나는 몹시 흥분해 씩씩거렸다.
나무가 보이는 일층집보다는 채광 좋은 일층집이 제값을 받는 데 더 유리하겠지만, 아니, 혹시 나 같은 사람도 집을 사러 올 지 모르는 일 아닌가? 잘려나간 나무가 슬프고 분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