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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밤 Sep 22. 2020

쓸모 있는 인생

식구들의 입맛은 정직하다. 바나나가 달지 않고 푸석거린다 싶으면 반나절 만에도 끝장이 났을 바나나 한 송이가 며칠이 지나도 플라스틱 모형처럼 그대로다. 지난 주 홈 마트에서 2500원에 세일할 때 산 바나나가 너무 싸고 맛도 좋아 다시 찾아갔는데 이번 주는 무려 3800원에 파는 데다가 맛도 없었다.

외로이 방치된 바나나에 검은 반점이 생겨나기 시작하면 껍질을 벗기고, 스텐레스 반찬통에 가지런히 뉘여 냉장고에 모셔둔다. 두어 개는 어제 찰토마토와 갈아 마시고 (의외의 꿀 조합이었다.) 오늘은 무려 잘 익은 아보카도가 있으니, 내가 사랑하는 바나나 아보카도 쉐이크를 만들기로 한다.


바나나 아보카도 쉐이크


대충 부셔넣은 바나나, 아보카도에 우유 약간, 이유식 만들던 시절에 구입해 유통기한을 한참 지난 아가베 시럽이나(죽지않아!), 그보다는 안전할 꿀을 두어 번 둘러준 후 사정없이 갈아주면 주스 완성.


아아. 고독한 뒷방 늙은 바나나의 고귀한 환생이다.


우리 모두는 훌륭한 쓸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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