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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봄비가 내린다. 눅눅해진 공기를 들어마시며 기름을 둘러 팬을 달군다. 부침개를 부칠 생각이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생각하니 오늘도 만만한 게 김치전이다. 손이 시리도록 차가운 김장 김치 한 포기를 꺼내어 썬다. 마침 오징어가 있으니 넣고, 달달하게 양파도 조금 넣자. 반죽은 가능한 차갑게, 프라이팬은 최대한 뜨겁게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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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가 되고 보니, 부침개는 참으로 오묘한 구석이 있다. 영어로는 코리안 팬 케이크인데, 서양식 팬 케이크와는 분명 다르다. 열 장을 부쳐내도 맛이 똑같은 팬케이크와는 달리, 부침개는 같은 반죽을 떠서 부쳐도 한 장 한 장 모두 다른 맛이 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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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엄마는 젓가락을 들고 함께 뜨거운 부침개를 드신 적이 없었다. 내놓기 무섭게 식구들 입 속으로 들어가는 부침개가 비로소 천천히 쌓여갈 때까지 식탁과 주방을 오가기 바쁘셨다. 그리고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건 그만 먹어, 이거 먹어. 이번 건 정말 맛있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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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 주부 시절, 처음 부침개를 부칠 때는 동그란 모양에 집중하느라 두껍고 흐물거리는 설익은 밀가루빵을 내어놓곤 했다. 그나마도 뒤집기에 실패해 동그라미 대신 쩍 하고 금이 간 조각 피자 모양이 되는 일도 다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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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 년간 대략 열 네번의 명절을 치루었을 지금의 나는 겉바속바, 바삭함이 전부고 바삭함이 생명인 부침개를 적당한 모양으로, 찢어지지 않게 너끈히 부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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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묘하고 디테일한 부침 기술이야말로, 가정 요리 숙련의 척도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자신감있게, 한쪽 면이 잘 익은 반죽을 훌렁, 뒤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