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들여다보기
내 안을 제대로 깊게 들여다보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우리는 정말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이 맞을까?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관심 있어하는 것, 즐거워하는 것, 행복해하는 것,
가지고 싶은 것, 오래도록 보고 싶은 것, 힘들어하는 것, 회피하는 것,
내가 가진 그 모든 것을 스스로는 잘 모르고 잘 보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정말 많은 것들을 볼 수 있기에 오히려 볼 수 없다는 것이 진짜인 것처럼
나 자신에 대해서 꽤 모르는 것이 많다.
결핍에서 오는 지혜가 있는 것처럼 볼 수 없게 된다면 알게 되는 것들이 진짜 많아질까?
어떨 때는 시간이 너무 빠르고 인생이 짧은 것 같아서 모든 것이 아까워지고 더 궁금해진다.
(사는 게 바쁠 때는 잘 보려고 하지도 않았으면서.)
아이디어를 내고 늘 새로운 방법을 찾으려 노력하고 새롭게 보려고 하는 것에서 나름대로 자기 자신을 잘 들여다보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것저것 다 해보려고 하는 것에서 지혜가 온다기보다는 한 가지를 끝까지 탐구하고 깊이 파보는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이 더 많듯이 스스로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많은 경험을 하고 다양하게 보고 느끼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겠지만 늘 본질이라는 녀석이 겉으로 볼 수 있는 영역에 있다기보다는 저 아래 깊은 곳에 존재하다 보니 찾기가 어렵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 깊이 파고들어 찾아질 듯 말 듯 아른거리는 그것을 향해 깊이 파고들어야 조금이라도 더 볼 수 있고 마주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 자신이지만.
누군가는 그렇게 들여다볼 시간이 없다며 정해져 있는 기준들에 맞추어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도 있고 지금까지 짧은 식견으로 본 바로 그런 사람들이 일단 더 인생을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인생을 잘 사는 것과 잘 살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정의되기 어렵지만.)
기준이 행복이든, 돈이든,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든, 대부분의 것에서 사람들이 정해놓은 기준을 맞추기 위해 일단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 무엇인가 이루면 큰 문제없이 인생이 흘러가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 안에 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은 일단 이루고 나서 고민하자는 것도 누군가의 생각이긴 할 거다.
물론 그 복잡함이 더 빠르게 튀어나와 인생을 힘들게 한다면 한 번쯤은 타협을 보든 어떻게든 해결의 방법을 모색하고 결단을 내리는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고. 뭐 하나 쉬운 게 없으니까 말이다.
쉬운 것도 없지만, 정답도 없으니 각자가 결국 알아서 잘 살아가야 하는 문제들이다.
딱히 이래라저래라 할 것도 없기는 하다.
들여다보는 것에는 정성과 애정이 필요한 법이다.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는 들여다보기는 인사치레로 하는 안부인사나 겉으로 너무 얕게 건네는 속이 다 드러나 보이는 위로 같은 거라고 해야 할까?
여기에도 해당되는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박웅현 님의 '여덟 단어'에 나오는 문장이 좋기는 하다.
우리가 볼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늘 볼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결핍이 결핍된 세상.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지만 제대로 보기 어렵고, 알기도 어려운 세상.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인생을 보내줘야 하는 순간의 결핍에 닿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어떤 정의를 내리고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그래도 지금 정작 넉넉한 시간이 있는 것처럼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보다는 더 인생의 시간에 대한 결핍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지는 않을까.
죽음에 가까워야만 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로 시간을 들여 노력하고 애정을 가지고 들여다봐야 알 수 있는 부분임은 분명히 맞는 것 같기에 단순히 어렵다는 말로는 표현이 어렵다.
한 문장이 더 기억이 난다. '여덟 단어'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무것인 게 인생이더라.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는 우리의 하루하루가 그 아무것인 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그 아무것도 아닌 것에 관심을 가지고 내가 의미를 부여해 주어야 그것들이 나에게로 와서 더 의미 있는 순간들이 되어주고 나중에는 나를 조금은 더 알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지 않을까.
그러기에는 하루가 너무 바쁘고 현실을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것들을 얻기 위한 노력에 시간을 충분히 써야 하고 우리의 하루와 우리의 시간, 인생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그게 잘못된 것은 절대 없지만, 온전히 본질을 느낄 수 있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나에 대해 예민하고 기민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좀 피곤하지만 그래야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돈 벌기 위해 피곤한 것이나, 나를 위해 피곤함을 감수하는 것이나 사실 좀 비슷하지 않을까.
(벌써 피곤하긴 하다.)
너무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다른 사람들의 인생살이, 부러운 것들, 비교하게 되는 것들 투성이인 세상에서 쫓아가기 바쁘고 놓치면 무너질 것 같은 긴장감이 도처에 존재한다.
놓을 수 없기에 더 바삐 눈을 돌리게 되어 있고 마음속은 피폐해지며 공허한 하루가 또 지나간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고 현실적으로 나아지는 것 없이 그저 주변을 돌아보고 여유를 마음껏 부리자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다만 어차피 나의 삶을 살아가면 되는 인생이고 그것에 뭐라 할 것 하나 없는 인생이기 때문에 조금 멈추어 생각해 보면 그렇게 할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물음표를 던져본다.
어차피 우리는 그 안에서 결국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그냥 겉핥기로는 별 거 있는 인생이 다 채워질 수는 없다.
결국 본질과도 연결되는 이야기이다.
깊이 들여다보고, 의미부여도 해보고 여행하는 것처럼 일상을 살아도 보고.
다 하려고, 다 얻으려고 욕심내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를 보더라도 본질적으로 깊이, 집요하게 보고 탐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의 인생에 '깊이 들여다보기'를 새겨놓고 경험이 쌓이도록.
그것 자체가 인생을 살아가는 것의 또 본질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의미를 주면 의미 있는 것이 되고, 눈길조차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그러기에는 우리 인생은 별 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