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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더티브 Jun 15. 2021

혐오와 불신의 팬데믹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스토리 살롱] ‘장티푸스 메리'라 불린 <위험한 요리사 메리> 이야기


창고살롱 시즌2 마지막 스토리 살롱에서는 지금으로부터 115년 전, 뉴욕에서 실제 일어났던 일을 배경으로 쓰여진 책 <위험한 요리사 메리>를 읽고 구조화된 대화를 나누었어요.


장티푸스가 창궐하던 20세기 초 뉴욕에서 요리사로 일하던 아일랜드 이민계 여성 메리 맬런은 최초의 무증상 보균자였어요. 당시, 장티푸스균을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도 없었고 치사율은 97%였는데요. 무증상 보균자의 개념조차 확립되지 않았던 때, 메리가 부유한 가정에서 요리사로 일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장티푸스균을 감염시킨 원인이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황색 언론은 그를 '장티푸스 메리', '인간 세균 배양관', '인간 매개체' 등으로 불렀고, 그는 26년 동안 외딴섬에 격리된 생활을 하다 생을 마감했어요. 


작년 초, 어느 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모든 일상이 전부 ‘멈춤'이 되면서 공포와 혐오, 불신의 일상을 지내온 시간들을 돌아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심하게 생각하고 지켜내야 할 가치에 대해 정리하고 나눠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번 책을 선정했어요.


#무증상_감염자 #수퍼전파자 #혐오

#개인의_자유 #공중보건 #무지 #불신 #차별 #무증상_감염자 #젠더


책 <위험한 요리사 메리>는 생각해 볼 주제가 많았는데요. 다양한 키워드를 갖고 스토리 살롱을 시작했어요. 


"저 자신을 대입하면서 봤어요. 미국에 처음 유학 왔을때 미국 시민권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만 요구하는 특정 검사를 받았어요. 이 검사를 꼭 받아야만 학교도 갈 수 있는데요. 결과에 따라 통과하지 못하면 일정 기간 치료가 요구되기도 해요.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주의는 해야 하지만 테스트 결과에 따라 특정 인종에 관한 지나친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 레퍼런서 미정님


"추리물 읽는 느낌이었어요. 진짜 이 이야기가 소설이 아니라 논픽션이라는 게 가슴 아팠죠. 지금 코로나 상황이랑도 너무 비슷했어요. 1900년대 이야기지만 21세기 지금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더라고요. 왜 이 책을 선정했는지 알 것 같았어요." - 레퍼런서 종은님



<위험한 요리사 메리> 스토리 살롱은 크게 세 가지 주제로 구조화된 대화를 나누었는데요. 세 번째 질문이었던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에 대해 레퍼런서 멤버들과 나눈 이야기를 전해보려고 해요.


작년 초, 코로나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행되면서 출근이 재택 근무로, 미팅은 화상회의로, 등교는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됐는데요. 이런 변화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도 많았어요.


레퍼런서 성애님은 "내가 아는 세계가 점점 더 좁다진다"며 지하철을 타면 다들 휴대폰만 보는 일상을 이야기했어요. 떠날 수 없고, 경험할 수 없으니 내가 온라인으로 보는 세상, SNS가 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느끼는 현상이 염려된다고요.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궁금해하고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어요. 살롱지기 현진은 알고리즘이 추천한 콘텐츠만 보면 확증편향이 생긴다고 덧붙였고요.


이어 소영님은 "비효율적인 것처럼 보이더라도 사람을 직접 만나 관계를 만들어가는 대화의 연결, 불편함을 받아들이는 포용의 마음이 필요하다"고도 했어요. 홍하언니님도 소영님의 사람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는 작업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하며 기술이 발달하고 온라인 네트워킹이 늘어나면서 더 타자화되고 배제화되는 현실을 지적했어요. "정보가 아니라 마음에 집중해서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요.


<위험한 요리사 메리> 스토리 살롱 수요팀


레퍼런서 종은님은 대놓고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는 사회에 대한 불안을 이야기했어요. 임신부였던 지난해 "임산부가 밖에 왜 나오냐는 소리를 들었다"며 지금도 아이를 안고 외출하면 질타의 시선을 마주하는 게 어려워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는 배려심을 바랐어요. 또, 코로나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무감각해지고 무덤덤해지는 사이에서 혐오 발언을 경계해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고요.


홍하언니님은 "일상의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 상황이라 다툼이 잦은데 원인의 핵심을 잘못 짚어 분노를 표출하고, 비난할 특정 대상을 찾아 재물 삼는 것 같다"고 말했어요. 찬이님은 기술은 빠른 속도로 계속 발전하지만 우리 의식은 거기까지 이르지 못했다며 앞선 기술로 확보된 데이터가 오히려 남들을 비난하고 혐오하는 데 사용된다는 점을 이야기했어요. 그러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라는 점을 생각하며 두려움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을 대하는 마음'을 가르치면서 세상을 살아가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레퍼런서 정미님은 '타인에 대한 상상력'을 강조했어요. 해리포터의 저자 조앤 롤링이 하버드대 졸업 축사에서 언급한 이야기인데요. 조앤 롤링은 이 축사에서 "상상력의 가장 큰 위력은 우리가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다른 사람들의 경험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해주는 힘"이라며 "상상하지 않고 살려고 애쓰는 사람들은 더 많은 괴물을 만나게 되고 그런 사람들은 더 큰 두려움에 시달린다"고 했죠.


민지님은 "우리 모두 메리가 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며 관용과 너그러움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확진자가 된 이후의 시선이 더 두렵다는 점에서 언젠가 나도 확진자가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필요하는 것이었죠. 혜진님은 아이 학교에서 지하철로 출퇴근하냐는 질문을 받았던 경험을 나누며 "혐오도, 불신도 전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생기는 것 같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입증된 것들을 기준으로 생각하면서 혐오와 불신을 다스려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죠.


<위험한 요리사 메리> 스토리 살롱 목요팀


시즌 2 마지막 스토리 살롱을 마무리하며 레퍼런서 멤버들에게 소감을 물었어요.


레퍼런서 써니님은 "우리 안의 혐오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고, 윤승님은 "코로나가 인류의 마지막 바이러스는 아닐 것이기에 개인의 인권과 자유도, 공중보건도 모두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람의 일'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생각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전했어요.


은애님은 "코로나 초기, 메리를 손가락질했던 사람들과 같은 행동을 나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고요. 찬이님은 "코로나 일상을 사는 삶을 다시 돌아보고, 좋은 날이 오기를 기다리는 기다림의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고도 했어요.


발 담그지 않았던 주제와 생각들을 얻게 되어 좋았고, 다양한 관점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연결의 장 커뮤니티 '창고살롱'이 반갑다고도 해주셔서 감사했죠.


사후 글쓰기 과제 주제는 '내가 메리였다면'이었는데요. "조용히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내가 원한건 단지 내 삶이었다"는 명료하고 강렬한 레퍼런서 은애님의 글에서, 스토리살롱에서 함께 이야기 나눈 #공감 #대화 #연결 #관용 #마음 #배려 #사람의일 #타인에대한상상력 등의 키워드가 아른거렸어요.




정리 : 창고살롱지기 혜영

편집 : 창고살롱지기 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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