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은 문명의 시대를 거부했다

캠핑장에 인터넷. 전화. 전기 없다면 가능할까,

by 김종섭

여름 날씨는 무더워야 제맛이라는 말이 있다. 캠핑을 위해 문밖(Outdoor)을 나섰다. 비가 오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최상의 컨디션의 행운을 잡은 날씨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코로나 이후 길거리의 표정은 한가롭다.


예전처럼 사람들 옷차림만으로도 느낄 수 있었던 휴가철 표정도 일상의 평상복 같았다. 모든 것이 닫힌 세상처럼 표정이 밝지 않은 침묵의 도시, 쇼윈도에 마네킹마저도 특별한 변신 없이 손님을 외면했다. 휴가라는 말을 옮겨 놓기에도 부담스러운 여름은 한낮의 길이만큼 길기만 하다. 휴가라는 말이 사치일지 몰라 캠핑 후기를 옮겨 놓아야 할지 망설임의 시간이 있었다.


캠핑 라운드 사무실(Camping Round Office)

집에서 거리감이 없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 골든 이어스(Golden Ears Provincial Park)라는 주립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낯설지 않은 안내판 앞에 멈추어 섰다. 완만한 지형의 산길을 따라 11km를 더 달려 나가야 캠핑 그라운드를 만날 수 있다는 표지판이 최종 목적지다. 코로나로 인해 입산 통제가 되어 있던 캠핑 그라운드가 7월 중순을 기점으로 다시 시민들에게 개방되었다.

차 안 트렁크에는 먹을 것으로 가득 차 있다.

준비해온 음식을 데이블에 옮겨 놓았지만 오는 도중에 일부의 무엇인가를 흘린 느낌이 든다. 준비했던 과정의 양보다 눈에 들어오는 양적인 것이 적어 보인 느낌 때문일 것이다.


간단하게 먹을 것 만을 챙기다 보면 챙겨야 할 것들이 하나둘씩 늘어난다. 의례히 집에서 처럼 아침 점심 저녁을 간단히 챙겨 먹을 일이라면 캠핑을 굳이 염두에 두지 않았을 것이다.


간식부터 시작해서 야참에 이르기까지 하루의 식사가 시간 개념 없이 다식이다. 먹는 즐거움이 캠핑의 시작과도 같은 형식을 가진다. 이것저것 별미까지 챙겨가다 보면 제어되지 않은 빨간 신호등이 들어온다. 마치 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하루살이 삶처럼 침실과 부엌을 야외로 옮겨 놓는 듯한 인상이 짙어간다. 이와 같은 캠핑의 범위와는 누구나 별반 차이는 없을 것이다.


준비된 음식과 캠핑장비를 얼마 싣지도 않았는데 트렁크 공간은 벌써부터 포화 상태이다. 다행히 탑승인원은 아내와 단둘이기 때문에 뒷자리가 양보되어 간신히 준비되어 있던 짐은 싣을 수가 있었다.

야영장에 도착하면 짐을 풀고 텐트를 설치하는 일이 어김없이 우선순위 일 번이다. 같은 텐트를 수년 넘게 사용해 왔는데 오늘따라 텐트 본래 모습이 기억을 찾아내는 일에 보탬이 되질 않는다. 한참 동안 애꿎은 텐트만 구박하다가 30분 만에 새로운 산속에 별채를 탄생시켰다. 오토캠핑, 글램. 백패킹, 차박 등등 캠핑의 종류도 이채롭고 다양하다. 번거로움을 피해 편하게 즐겨갈 수 있는 캠핑카도 생각해 보았지만 집과 비슷한 환경을 굳이 택할 이유는 없었다.

캠핑 라운드에 텐트가 완성되어 자리 잡고 테이블에 바비큐를 할 수 있는 작은 그릴까지 자리를 잡고 합세했다. 푸짐하게 올려진 음식만 보아도 포만감을 느낄 정도로 기분이 좋아진다.

산속의 여름은 선선한 날씨 덕분에 무더위와 관계없이 화로의 역할은 손색이 없다. 장작에 불을 지피고 석쇠에 돼지갈비를 구웠다. 기름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강한 화력을 내뿜는다. 갈비 특유의 냄새가 진동한다. 한국 캠핑장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깊은 향이 담긴 특색 있는 한국 음식을 되도록 줄이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야외에서 단연 으뜸인 바비큐용 갈비와 삼겹살을 준비했다.

아내는 집에서 떠나기 전에 프라이팬으로 곧바로 파전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재료를 미리 반죽 해왔다. 서양인들에게 빈대떡과 파전을

코리아 피자라고 설명하면 호기심으로 맛보기를 원한다.


야외에서 파전은 별미다. 사실 야외에서 아무거나 먹어도 맛은 있다. 더구나 야외에서 만들어 먹는 파전은 특별한 음식으로 탈바꿈된 별미 중에 별미이다. 파전이 코리아 피자의 이름으로

이국땅 캠핑장에서 구수한 시골 내음의 정취와 함께 변신을 시도했다.

진로750ml 대용량 소주

술은 먹고, 놀고 , 마시는 3대 요소 중에 빠져서는 안 될 국민의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소주가 있다.


이번 캠핑은 캔 맥주와 양주 대신에 소주를 선택했다. 캐나다에 진로 소주 750ml (4홉) 대용량이 새롭게 상륙했다. 기존 판매되던 370 ml (2홉) 작은 용량과는 사뭇 다르다. 물론 가격과 용량부터 다르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옛날 24도의 알코올 농도를 재연시킨 소주이라는 점이다. 가격이 싸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3천 원가량이면 살 수 있는 가격이 무료 18.99불이나 한다. 택스까지 포함하면 22불 비교적 소주 치고는 비싸지만 국적이 아닌 이곳에서는 양주의 변신이다.

주변 풍경이 동심과 어울어져 있다

동심의 세계는 어떤 것이든 신비스러움이 있는 것일까, 어린애들의 모습이 진지하다. 무엇인가 움켜쥐고 가질 수 있는 것보다 눈에 담을 수 있는 여유로운 자연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곧 동심이고 천사의 마음은 아니겠는가 싶다.

텐트 내부

깊은 산은 여름에도 밤기운은 차갑다. 어둡기 전에 서둘러 바닥에 두툼한 카펫을 깔고 이불과 침낭, 난로를 준비했다. 다행히 밤기운이 난로를 피울 정도로 춥지는 않았다.

대부분 캠프장에는 전기시설이 있었다. 몇 년 전 가스용 램프를 준비하고도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었다. 이곳 캠프 그라운드에는 전기시설을 없어 전기 문명 시대에서 벗어난 밤을 보내야 했다. 은근히 불편함에도 나름대로 운치는 있었다.

캠프파이어(Campfire)

캠핑의 하이라이트는 캠프파이어(Campfire)이다. 캠핑 사무실에서 장작을 미리 사다 놓았다. 겨울처럼 화로에 다가서서 온기를 느낄 만큼의 감동은 아니지만 눈으로 여름밤의 훈훈한 체온을 느껴간다.

김치라면 해장국

어제 오후 두 시부터 야영을 하면서 시간 개념 없이 음주를 즐긴 탓에 용량을 넘어선 머리와 배의 적신호가 아침에 일어나 유쾌하지 않았다. 묵은 신 김치를 넣고 라면을 끓였다. 속의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한 김치 라면 해장국이다. 오랜만에 해장국을 찾아야 할 만큼 술을 많이 마셔본 것 같다. 음주 국가의 후손이 결국은 캐나다 캠빙장에서 슬기로운 라면 해장국으로 아침을 열었다.

1박 2일의 캠핑을 마치고 길을 나섰다

캠핑장에는 전기도 없었다. 그렇다고 인터넷은 고사하고 전화도 되지 않았다. 외부와의 단절이다. 처음에는 전기. 통신 시설이 없는 캠핑장을 사실 고민했다. 하루하고 반나절인데 하룻밤쯤은, 결국은 고민 끝에 집을 나섰다. 휴식이란 문명의 이기에서 벗어나 심심의 자유를 주어야 하는 사명감 같은 캠핑 의식이 언제부턴가 변해 버리고 좀 더 편하게 자연을 섬기면서 휴식을 취하려 한다.


밤 10 이전에 주변에서 애우는 소리와 주변 텐트 라운드에서 나지막하게 소곤거리는 소리도

고요 속에 크게 들려왔다. 10시가 되면서 어둠의 그림자 하나 찾아볼 수 없이 불빛이 소등되고

모두가 취침 속에 들어갔다. 떠들고 광란의 시간을 즐겨야 할 시간에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잠자리에 들어갔다. 전기와 통신시설을 굳이 설치하지 않은 캠핑장의 이유에 대해서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캠핑장을 돌아 나오는 길에 금연. 금주 지역이라는 안내문을 발견했다. 당연히 캠핑장에서 술을 마셔도 될 것이라 생각했던 어제 음주는 유죄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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