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 : 글쓰기 좋은 질문 513번

by 마하쌤

* 그는 처음으로 주먹다짐을 했다. 그 주먹다짐은 _________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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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다짐이라...

내가 누군가를 주먹으로 때려본 일이 있었던가?



일단 주먹으로 맞아본 적은 있다.

어느 여름에 종로 3가쪽에서 1가 쪽으로 혼자 걸어가고 있었는데,

내 앞에서 다가오던 나이 지긋한 남자 노숙자가 갑자기 아무 이유도 없이,

내 왼쪽 견갑골 쪽을 주먹으로 확 때렸다.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일격을 당한 데다가, 너무 아파서 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러자 그 노숙자는 실실 웃으면서 날 한 번 내려다보더니 그냥 자기 갈 길을 가버렸다.

주변에 사람들이 꽤 있었지만, 다들 쳐다보기만 하지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고,

나도 울음이 나오는 것을 꾹 참고 일어나 황급히 그 자리를 피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내가 생각한 것은,

저 노숙자의 분노를 내가 대신 맞았구나 하는 것이었다.

그가 딴 데서 생긴 화를 엄한 나한테 풀었구나.

물론 그게 왜 하필 나여야 했는지, 나만 재수가 없나, 그런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저 화가 돌고 돌아 우연히 나한테 이른 것으로 여기기로 했다.

마치 공항에서 짐 랜덤 체크에 걸리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반드시 아니어야 할 이유 같은 건 없으니까.



그리고 옛날에 공연 알바하던 시절에,

매니저급 되는 사람한테 뺨을 맞아본 적도 있다.

알바 주제에 맞지 않게 나댄다며, 그 사람 나름대로는 괘씸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때린 거였는데,

공연장 로비에서 공개적으로 맞은 거라 수치심이 꽤 오래 갔다.

내가 잘못한 게 있어서가 아니고, 내가 그 사람보다 잘난 것처럼 굴었기 때문에,

그의 자존심을 건드렸기 때문에 맞은 거라서 억울하진 않았다.

다만 어쩜 저렇게 사람이 못났을까... 저 나이 먹도록 왜 저 정도의 인품 밖에 갖추지 못했을까... 싶어서,

내가 더 민망했던 기억이 난다.




반면에 내가 누굴 때렸던 기억은...

내 남동생이 어렸을 때, 정확한 일화는 다 잊어버렸지만,

하여튼 내 물건을 뭔가를 망가뜨려서,

화가 나서 바둑판에 엎어놓고 등판에다 손바닥으로 강스매싱을 내리쳤던 적은 있었다.

나중에 동생 등짝에 새겨진 시뻘건 내 손자국을 보고, 뒤늦게 죄책감을 느꼈었지.



그것 말고는 내가 누굴 주먹으로 때린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나도 누군가를 주먹으로 때리게 된다면,

그건 아마도 누군가 먼저 내 가족을 때렸을 때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땐 나도 이성 놓고 덤빌 것 같다.

눈에 뵈는 게 없을 테니까.



인간이 다른 인간을 주먹으로 때린다?

영화에서는 거의 일상다반사로 발생하는 일이고, 우리도 아무렇지 않게 재밌게 관람하지만,

현실에서는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 사람이 아무리 잘못을 했다 해도, 내 주먹이 먼저 나간다는 게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도대체 얼마나 미워야, 얼마나 화가 나야, 얼마나 무서워야, 그 사람의 면상에 먼저 주먹질을 할 수 있는 걸까?



할 수만 있다면, 그런 날이 절대 오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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