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나답게 해주는 건 내 인내심인가?
입사한 지 햇수로 10년입니다. 그동안 직급도 좀 올라갔고, 나이도 좀 올라갔지만, 제일 많이 올라간 것은 임계치입니다. 인내심이 많이 늘었다는 얘기죠. 회사생활, 또는 조직생활을 잘한다는 게 어떤 의미일지 가끔 궁금했습니다. 아무래도 정답 같지는 않지만, 우리는 인내심이 커질수록 조직에서 잘 받아들여지는 것 같습니다. 회사생활이 길어질수록, 인내심도 늘어납니다. 남들보다 좀 덜 늘어난 사람은 모난 사람으로 취급받고, 남들보다 더 일찍 인내심이 늘어난 사람은 성숙하다고 칭찬을 받습니다. 저도 어느 순간 칭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칭찬을 듣고 좋아해야 하는 건지 슬퍼해야 하는 건지 혼란스러웠습니다.
저는 지금 옛날에 어떻게 그렇게 대들었나 싶을 정도로 잘 참습니다. (다들 그런 경험 있으시죠? 팀장님이 업무지시했는데, 노트북 닫고 혼자 하시라고 하고 집에 가버리고 뭐 그런 일. 일주일 시간 줄 테니 얼른 다른 팀으로 이동시켜 달라고 재촉했던 그런 사소한 일 말입니다. 아직까지 다니고 있는 게 다행이다 싶네요. 뭐 근데 그때는 충분히 그럴 만한 상대이긴 했는데, 몇 년 지나 생각해보니 너무 심했나 싶기도 하고 그렇네요.) 고민은 깊어집니다. 10년 차 회사원인 저는 갈림길에 서있습니다. 임계치를 더 높여갈 것인지, 아닌지. 임계치가 높아지면, 여유가 생길 줄 알았는데, 신기하게도 자극은 임계치에 비례해서 올라가더군요. 제 임계치가 어디까지 올라가는지 시험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 단계 높은 시련이 날마다 저를 찾아옵니다. 저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제 임계치는 앞으로 당분간은 계속 올라갈 것이라는 걸 말이죠.
임계치가 쭉쭉 올라가다가 더 이상 올라가지 않을 때, 자극이 임계치를 넘어서서 회사를 그만두는 선배들을 많이 봤습니다. 겁이 납니다. 제 몇 년 뒤 모습 같습니다.(아니, 다음 달 제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제 임계치가 얼마나 더 남았는지 모르겠습니다. 5년 뒤, 아니면 10년 뒤 제 임계치는 어디까지 올라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유독 시련이 많이 찾아오는 2020년, 저는 제 임계치에 대해 깊이 고민을 좀 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