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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익 Apr 13. 2024

기말고사 클리어!

교양시험도 다 마쳤고

인터뷰, 오브제 제작, 영상,

3종 세트를 끝내니

라테의 마음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기초 컴퓨터 - 팀플 뮤비 촬영만 마치면

여름방학!!! ^^


팀플은

일상의 소리를 채집해 뮤직 비디오를 만드는 것이었다

늘 그렇듯 팀플 빌런이 될까 두려운 50대 라테ㅠㅠ

다행히 영상이라는 공통분모로 친해진

수현이와 같은 팀이 됐다.


우리 팀은

카페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를 부각한

뮤비를 만들기로 했다.

연출은 수현이, 주연과 조연출은 다른 두 친구,

라테는 촬영을 맡았다.


커피 내리는 소리, 스팀 소리,  

주문하고 주문받는 소리,

찻잔이 달그락 거리는 소리, 마시는 소리..

공간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웅성거림까지


카페의 분위기와 소리를 담기 위해

인덕원 스타벅스

이곳저곳을 게릴라처럼  출몰했던 우리들..

가끔씩 웃픈 엔지에 폭소를 터트리면서

화기애애한 팀워크로 촬영을 잘 마무리했다..


뒤풀이로 즐거운 티타임도 가졌다.

한 학기가 끝나가는 즈음의 고민들, 계획들

동기들은 라테 나이쯤 되면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찔리는 라테.

하지만.. 대학에 와서

비로소 자신의 현실 능력치를 알게 된 라테는

어떤 말도 쉽게 할 수가 없었다.ㅠ


진작에 디지털화된 세상을 읽을 능력도,

따라갈 엄두도 못 내는 상태로

익숙한 아날로그적인 세계관을 고수하고


동기들처럼 세계와 사람들에게

열린 마음이기보다

자꾸만 빗장을 거는 자신을 보게 되었기에..ㅠ

기껏 동기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이라고는

조금만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너희는 젊어.

실패를 아무리 해도,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나이야.

같은 뻔한 말들뿐이었다.

라테가 아니라
삶의 연륜과 지혜를 갖춘 50대 분들이
여기에 왔다면
동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었을 텐데..--;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을 공허한 웃음으로 감추며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시간을 사는 mz 동기들의

마음을 그저 헤아려볼 뿐...ㅠㅠ


팀원들은 한 학기 동안 수고했다고.

방학 잘 보내라고

서로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수현이의 깔끔한 후반작업으로 우리는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


그렇게 마지막 기말 시험이 끝났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으로 가는 광역 버스에 몸을 실었다.

문득 식구들 생각이 났다...

입학한 뒤로 학교에 온 정신이 쏠려

집안 살림은  흉내만 냈던  라뗴...ㅠㅠ


남편은 말할 것도 없지만

졸업반으로 졸전 제작에 정신없는 와중에

툭하면 sos를 치며 징징대는

엄마의 멘토까지 겸임해야 했던 딸에게

뜬금없이 세 달 지나 밀려오는 미안함;

(이럴 거면 차라리 미안해하지 않는 게... ㅋ)

그래도 라테가 밝아진 것으로 좋다는 가족들.

 

그렇긴 했다.

우울약과 불안약을 먹지 않으면 일상이 불가했고.

남편의 사고 트라우마로 조금만 연락이 안 돼도

울면서 회사로 전화를 걸던 라테였는데..;;

이제는  남편이  

톡 확인 할 시간도 없는 라테에게

안부 전화를 하는 상황 ^^;;


 어느 수업 시간

한 친구가 adhd 진단을 작업으로 발표하며

정신의학과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는데

순간 정신과에 약 타러 간지 한 달도 넘었음을

깨닫는 라테


왜 아무렇지 않았던 거지??


큰 충격은 더 큰 충격으로 잠재워야 하는 것인지도...

대신 그 충격은 발전적인 방향이어야 할 것 ^^;

공부든,  일이든 , 취미이든... 마음이 너무 힘들다면

자신을 더 힘들게 굴려야? 하는 환경으로 이동하는 것도 방법임을

조심스레 제안해 보는 라테...


창밖으로 보이는 짙푸른 청계산과 파란 하늘이

환상 속의 풍경처럼 기분 좋게 어룽거렸다.


아유…. 수고했다 나 자신 ㅋㅋ


어떻게 한 건지 기억도 안나는

22학번 라테의 신입생 첫  학기의 끝이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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