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습니다. 거실 유리창문의 블라인드를 걷는 것입니다. 블라인드를 끝까지 올리면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내게 '굿모닝' 이라며 인사해 주는 친구가 있습니다.
집 앞 발코니 앞에는 단풍나무 한 그루가 서 있습니다. 겨울 동안 차가운 눈과 비를 늘 맞으면서도 묵묵하게 서 있는 나무였는데 어느새 푸르른 빛을 뿜으며 봄과 초여름을 즐기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가끔 산비둘기와 캐나다 참새가 내려앉기도 하고, 들쥐와 청설모가 주변을 서성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홀로 서 있는 나무는 어느새 저의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언제나 조용히 제 자리를 지키는 나무는 내가 먼저 말을 걸기 전에는 그저 나를 지켜보기만 할 뿐입니다. 기다림을 기다림으로 생각하지 아니하고, 인내를 인내로 생각하지 아니하고, 계절의 변화에 자신의 몸을 맡긴 채, 푸른 잎도 틔우고, 바람에 가지가 흔들리기도 하고, 벌레에게 수액을 뺏기기도 하지만 그 또한 괜찮다며 씩 웃는 나무의 미소를 볼 수 있으니 나는 진짜 나무의 친구가 된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