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7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불감
내가 잃어버린 구름이
하늘에 떠 있구나
정현종 「내가 잃어버린 구름」
나거나 사라지는 일은 없다. 우리는 태어남을 축복하고 죽음을 추모하지만, 실상 태어나고 죽는 일이란 없다. 다만 우리는 분별하여 억지로 만든 개념에 얽매여, 있다고 믿을 뿐이다.
우리가 ‘태어난다’고 아는 그것은 그것이기 위해 잠시 만난, 그것 외 모든 것들이다. 즉 태어난다는 것은 ‘태어남’을 뺀 나머지 모든 것들 – 죽음, 만남, 헤어짐, 먹고 마심, 웃음과 울음 등등이 만나서 이루어진 찰나 현상이고, 만나 이루어진 순간 ‘태어남’은 사라지고 또다시 다른 무엇이 되고야 만다. ‘태어남’은 없다. 죽음도 그러하고 만남도 그러하며 헤어짐도 그러하다. 다 그러하다.
실상은 그러하다. 태어남도 없고 사라짐도 없으며(불생불멸 不生不滅), 미추호오 분별없으니 더러움도 없고 깨끗함도 없으며(불구부정 不垢不淨), 원만구족 하니 늘어남도 없고 줄어듦도 없다(부증불감 不增不減). 그것은 없다.
내 것인 줄로만 알고 집착했던 그것을 잃었다고 슬퍼할 일 아니다. 내가 잃어버린 구름은 언제나 하늘에 떠 있다. 잃어버릴 것은 없다. 그렇다고 얻을 것도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