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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폐쇄적인 것과 소심한 것을 구분하자

by 이다한



폐쇄적인 사람과 소심한 사람은 언뜻 비슷해 보인다. 말수가 적고, 쉽게 다가가지 않으며,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둘은 전혀 다른 성격 구조를 갖고 있다.


폐쇄적인 사람은 애초에 마음을 열 생각이 없다. 타인에게 관심이 없거나, 타인을 믿지 않으며, 관계에 투자할 의지도 적다. 스스로를 단단히 잠가두고, 그 안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타인과의 거리를 유지한다. 폐쇄성은 의도적 단절이다.


반면, 소심한 사람은 마음은 열려 있지만 표현이 서툴고, 거절당할까 두려워 조심스러울 뿐이다. 다가가고 싶고 말하고 싶지만, 상처받을까봐 망설이는 마음이 그 행동을 막는다. 소심함은 관계를 원하는 사람의 불안이다.


폐쇄적인 사람은 혼자 있는 걸 편안해하지만, 소심한 사람은 혼자 있는 걸 외로워한다. 이 둘의 가장 큰 차이는 관계에 대한 갈망이다. 폐쇄적인 이는 고립을 선택하고, 소심한 이는 연결을 망설인다.


우리는 종종 소심한 사람을 폐쇄적이라고 오해한다. 반응이 없다고 해서 무관심하다고 판단하고, 표현이 없다고 해서 냉정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그 안에는 사실 ‘말 걸어줬으면’, ‘알아봐줬으면’ 하는 간절함이 숨겨져 있을 수도 있다.


소심함은 다정함이 지나쳐 생긴 경계일 수 있다. 폐쇄성은 상처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단절일 수 있다. 그러니 누군가 말이 없고 조용할 때, 그가 정말 냉정한 사람인지, 아니면 다가가길 기다리고 있는 사람인지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관계는, 그 작은 차이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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