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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비문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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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o Choi Oct 18. 2019

눈과 눈

비문

눈과 눈

arco.choi - 찍고, 쓰다.


2015_11_26 일기예보 그대로의 첫눈


일기예보가 웬일인지, 오차 없이  맞아떨어졌다


2015_11_26 일기예보 그대로의 첫눈


이 맘 때면 첫눈이 왔던 것 같다.

망각을 달고 사는 나 따위가 뭐 정확하게 기억하겠냐만은,

이 맘 때면 첫눈이 왔던 것 같다.


"나도,  그놈의 첫눈 좀 함 보자!"


요즘에야 좀 덜하지만,

괜스레 삶이 퍽퍽하다 생각하길 곧 잘하는 나는,

사내지만 나름의 로맨스가 필요했던 것 같다.


하지만 첫눈을 맞기 위해 온갖 일기예보 정보를 뒤적여도

미묘하게 첫눈은 나를 피해 갔다.


결국은 텔레비전으로 첫눈을 보거나,

친구가 보내준 핸드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으로 첫눈을 맞이하기 일수.


예보는 확인했지만 기다리다 잠들어버리거나, 하필 마감 처리에 열중한 나머지 창문을 한 번도 못 열어보거나.


미묘하게 엇갈리고, 엇갈린다.


내가 마주하는 첫눈이라고는 거무티티하고 더러운 흙탕 첫눈.

그런 첫눈을 보면 왠지 스스로가 측은해져, 줄담배를 피기도 욕을 내뱉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 쓰잘 때기 없는 걸로 성을 냈다 싶어,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런 내게도

영영 히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의 아련함처럼 멀어져 있던,

첫눈을 누군가와 함께 한 날이 있었다.


그날의 첫눈은 여태껏 제대로 맞이하지 못한, 내 모든 기억의 욕지거리를 한방에 날릴 만큼.

세상은 하얗고 아름다웠다.


2015_남원_ 첫눈은 내 마음처럼 가득히


뭐, 이전의 그녀와의 추억을 곱씹으려는 건 아니다.


더 이상의 원망도, 회상도, 추억팔이도 사랑했던 순간에 대한 모욕일 수밖에 없다.

다만, 이제야 느끼지만.


지금 보다도 더, 덜 성숙하고 어리석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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