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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비문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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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o Choi Aug 16. 2015

아물지 않는

비문

아물지 않는 그리고 시간이 흘러도.


arco.choi - 찍고, 쓰다.




시간이 흐르듯이 지나가도, 아물지 않고 머물러 있는, 상처와 흔적들.


이제는 조금 괜찮아졌을까.

이제는 조금 회복되지 않았을까.


이제는 조금씩 지워져 갈 만큼 시간이 흘러갔다 생각했었는데.

꿈쩍도 없이 상처 안에 너는 여전히 어여쁜 모습 그대로네.


아름답던 추억의 조각들을 하나씩 또 하나씩, 그렇게 지워보려 해 봐도.

지우개가 어디 있는지 찾지 못하는 나는 너를 지울 수가 없다.

그렇게 포기하듯 지우지 못하고 상처 안에 어여쁜 너를 바라보다.

네가 내 앞에 서있는 것 같은 몽상에 빠진 나는 오늘도 마음이 아리다.


이제는 조금 괜찮아졌을까.

이제는 조금 회복되지 않았을까.


사실 지우고 싶지도, 깨끗이 아물게 하고 싶지도 않았던 것 같다.

상처가 지워지면 너도 함께 사라질까 봐.

상처가 지워지면, 아물어버리고 통증이 사라지면.


그렇게 지워지고, 아물어버린 상처가 깨끗해지면.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너를 잊어버릴까 봐.


그래서 아물지 않도록 딱정이를 "툭-툭"

그래서 아물지 않도록 딱정이를 "툭-툭"


뜯어내고, 뜯어내, 상처를 머물게 하는 바보 같은 어제.

그리고-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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