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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이안 Feb 01. 2024

다짐

어쩌면 쓸데없는 일

다짐은 참 쓸데없다.

두 손에 쥔, 움켜쥔 모래알은 이내 손가락 사이 빈틈으로 산산이 흩어진다.


두 손에 가득 쥔 사료 알갱이는 

오가던 개들이 모두 먹어버렸다.


두 손 가득 쥔 것은 온전히 남아 있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번번이 두 손으로 움켜쥔 다짐을 

모두 놓친다.


퇴근길 새들은 나는 네가 다짐하는 게 싫다고 노래한다.


나의 다짐은 저마다 독립적이라

내가 관심 쏟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귀가한 내가 두 손에 움켜쥔 것은 차가운 수돗물이며

그 애들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잠자리에서 나는 다짐하지 않는 게 더 나을까,

다짐이 나를 떠나도록 내버려 두는 게 나을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른 새벽 동틀 무렵 나는,

두 손 가득 다짐을 그러쥘 것이다.


그 애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져도,

어쩔 수 없는 일.


여전히 두 손에 양손 가득 다짐을

그러모으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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