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쓸데없는 일
다짐은 참 쓸데없다.
두 손에 쥔, 움켜쥔 모래알은 이내 손가락 사이 빈틈으로 산산이 흩어진다.
두 손에 가득 쥔 사료 알갱이는
오가던 개들이 모두 먹어버렸다.
두 손 가득 쥔 것은 온전히 남아 있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번번이 두 손으로 움켜쥔 다짐을
모두 놓친다.
퇴근길 새들은 나는 네가 다짐하는 게 싫다고 노래한다.
나의 다짐은 저마다 독립적이라
내가 관심 쏟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귀가한 내가 두 손에 움켜쥔 것은 차가운 수돗물이며
그 애들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잠자리에서 나는 다짐하지 않는 게 더 나을까,
다짐이 나를 떠나도록 내버려 두는 게 나을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른 새벽 동틀 무렵 나는,
두 손 가득 다짐을 그러쥘 것이다.
그 애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져도,
어쩔 수 없는 일.
여전히 두 손에 양손 가득 다짐을
그러모으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