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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나 Oct 24. 2021

가족이라는 애매한 공간

따뜻하기도 차갑기도

가족이라는 공간은 참 애매하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보금자리였다가 피하고 싶은 시베리아 벌판이 될 때도 있고, 또 가족의 울타리가 좁아지거나 감당하기 어려울만큼 확장되기도 한다. 가족은 옷이고 가족에 대한 마음가짐은 마치 호주머니같다. 가족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갖느냐에 따라 주머니가 무거워질수도, 혹은 무척이나 가벼워서 내 움직임에 전혀 문제되지 않을 수 있다. 당신의 호주머니는 가벼운가 아니면 무거운 짐으로 가득 차 버거운가? 






# 매우 사적인 영역

가족의 형태는 다양하고 그 의미는 지극히 개인적이다.

애정과 사랑이 넘쳐야 할 곳에서 제일 큰 상처를 받을 때가 있듯, 가족이 모든 사람에게 항상 따뜻하게 다가가진 않는다. 그래서 본인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지,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 생각하고 바라보아야 그 관계를 개선할 방향을 찾을 수 있다. 가족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활용하여 내 감정을 돌이켜보자.




# 잘못된 존중

우리는 쉽게 '편함(감정의 안정이 아닌 내 모습을 얼마나 쉽게 드러낼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존중의 정도를 정한다. 존중은 상대의 나이, 성별, 직급을 떠나 모두에게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돼야 한다. 더 편한 사람이라고 혹은 어린 사람이라고 존중의 정도를 낮추는 게 올바른 것일까? 유교사상에 입각한 우리에게 어른 존경은 너무 관념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 때문에 어린 사람들의 의견이 나이가 적다는 이유로 존중 못 받는게 아닐까.

가족은 (어쩌면) 가장 편안한 존재라 그만큼 연약하며 존중이 쉽게 결여된다. 생각해보면 나와 끈끈하게 엮어진 관계일수록 존중이 넘쳐야 하는데 말이다. 존중은 Re(뒤로)+Spect(보다)라는 의미로 대상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본다는 뜻이다. 존중은 가족의 페르소나가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특성이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같은 방식으로 말한다. 그가 청소부든 대학 총장이든 간에.

- Albert Einstein 알버트 아인슈타인




# 우리 사이의 여백

존중은 여백에서 시작된다.

끈끈하지만 충분히 바람이 통할만한 틈, 그리고 내가 상대방을 다 알고 있다는 착각을 무너트리는 여백 말이다. 좁은 침대는 신혼부부가 서로 껴안고 자기에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뜨거운 여름과 기모 파자마를 입어야 하는 한파의 계절이 오면, 침대가 답답하고 작게 느껴질 수 있다. ('여백미'라는 단어가 괜히 있는게 아니다.)

물리적 공간에소 오는 여백도 중요하지만, 생각과 언어의 변화가 모든 여백의 시작이다. '나와 (  )는 다르다' , '나는 (  )를 다 알지 못한다'는 생각은 내가 상대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여백은 가능성의 틈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자연스럽게 언어의 변화, 즉 공감과 연결된다. 공감은 상대방의 감정이나 상황을 곱씹어 보는 것이다. 오은영 박사가 <살림남>에서 설명한 공감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 좀 맵지 않아?

- 나는 별로 안 매운 것 같은데

위 대화는 의견 제시이며, 제대로 된 공감은 '당신은 좀 매운 것 같아?'라는 표현이다. 스스로 자신이 지금까지 의견제시를 했는지, 공감을 했는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이런 작은 생각의 변화와 공감이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당신을 존중의 관계로 이끌어줄 것이다.




# 아빠의 로그인

지금 50-60대인 아빠들 대부분은 Identification With the Persona(하나의 페르소나를 본인이라고 생각하는) 오류에 빠져 직장과 가족의 페르소나를 동일하게 사용했다. 가부장제의 폐해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생각이나 본인의 의견을 따라야한다는 생각은 대부분 직장에서 비롯될 수 있다. 아빠들은 현관문을 열며 가족의 페르소나로 로그인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직장에서 컴퓨터와 함께 자신을 로그아웃을 시키자. 직장의 상하 구조 조직관계가 가족까지 이어질 필요는 없으니까.




# 엄마의 로그아웃

'엄마'는 가장 아름다우며 슬픈 페르소나다. 적어도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 비쳐지는 엄마의 역할이 그러하다. 요즘엔 일을 통해 본인을 엄마와 분리하는 여자들이 많아졌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여자들은 엄마라는 하나의 페르소나를 20년 넘게 사용했다. 그러다 보니 수 없이 반짝이고 빛나는 페르소나가 본인 안에 많이 있음에도 이를 찾는 방법을 까먹거나, 엄마라는 페르소나를 자신과 동일시하게 되었다. 무엇이든 너무 오래 ON 상태를 유지하면 열의 과부하가 생겨 터질 수 있다. 엄마의 페르소나도 틈틈이 로그아웃이 필요하다. (이는 아빠도 동일하다!) 수 많은 페르소나 중, 자녀가 커갈 때마다 주기적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결혼한 자녀에게 업데이트 하지 않은 부모의 페르소나는 원가족과 형성 가족과의 갈등을 유발시킨다. 그러니 자녀가 독립 혹은 결혼하면 새로운 기준으로 페르소나를 업데이트하고, 이제 점점 로그인도 줄여보자. 걱정하지 말자. 그 빈 공간과 시간에 뛰어줄 당신의 빛나는 페르소나는 넘치고 넘쳤으니.








# 안녕, 나의 페르소나

이제 가족에서의 나, 즉 패밀리 페르소나를 찾을 차례다. 패밀리 페르소나(Family Persona)의 중점은 생각과 언어의 변화다. 가족이라는 공간에서 본인 역할을 생각하며 아래 프레임워크를 따라가보자. 가족은 너무나도 끈끈하고 복잡한 관계라 나와 맞닿아있는 상대방도 매우 중요하기에 3단계 - 상대방, 나, 가족에 대한 고찰 -로 진행된다.

상대방에 대한 고찰에서, 과연 상대방이 원하는 모습이 1.내가 원하는 모습인지 / 2. 좀 더 나은 나를 만들어줄 히든키가 되어줄지 생각해야한다. 페르소나는 상대방이 좋아하는 모습이 아닌 내가 사랑하는 나의 모습이자 가족이라는 공간에서 더 나은 나로 발전시켜줄 모습이다. 가족에서 상대방과 나에 대한 성찰이 끝났다면, 어떤 태도와 성격의 가족 페르소나를 가질지 고민해보자.

프레임워크는 스스로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자신이 생각한 바와 맞는지 확인을 하며 올바른 페르소나로 우리를 인도해준다. 여기까지 진행을 완료했다면 당신이 필요한 모든 재료는 준비됐다. 이제 다양한 재료를 하나씩 끼워맞춰 내 페르소나를 완성해보자.

이렇게 당신만의 패밀리 페르소나가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페르소나로 로그인하여 생각과 태도, 그리고 행동을 해야한다. 첫 로그인은 다소 힘들 수 있지만, 뭐든지 시작만 어려울 뿐이다. 당신의 페르소나가 가져올 긍정적 바람에 몸과 마음을 맡겨보자. 






가족 페르소나를 처음에 소개한 이유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변화된 모습을 보이기에 어려운 공간이기 때문이다. 변화는 꿈을 꾸는게 아니라 직접 실현하는 것이다. 비록 어제의 기회는 없어졌지만, 당신에겐 오늘의 기회가 남아있다. 페르소나를 통해 당신 가족에 긍정적 변화가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말이 통한다는 건 아주 중요해요. 당신과 소통하기 위해 당신의 말을 배울께요.   - 정글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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