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잡아야 잡스럽지 않다
잡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한다
한동안 무심하게 지나친 거머쥐기에 대하여
연필부터 계란까지
감정부터 감성까지
제대로 잡아본 적이 언제였던가
돌잡이 이후로는 아무것도 마음대로 통렬하게 잡아보지 못한 듯하다
잡는 것이 운명이라고 믿었던 시절은 지나가고
잡히지 않는 것들에만 목을 매는 시절이 도래했다
상대의 마음을 잡으려면 펜을 정성껏 잡아야 했고
상대의 반격을 막으려면 창을 제대로 잡아야 했다
지금은 무엇도 어설프고 서툴기만 하다
도구만 무성하고 잡기는 허술하다
잘 잡기만 해도 성사되는 일들을 헤아린다
그립은 그림만으로는 불가하다
직접 몸으로 마음으로 거머쥐어야 가능하다
반복해서 내 몸과 마음에 일치시키는 수고가 있어야 한다
누가 대신 해줄 수 없는
누구와 절대 같을 수 없는
거기서부터 나다운 몸짓들과 걸음이 시작된다
너무 기본이라서 간과되는 그립
나의 모든 그립들을 바닥에 늘어놓고 점검해 본다
그립 없이 치른 동작들은 모조리 폐기하거나 갱신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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