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 이야기 #2 - 파브리찌오

by 베를린 부부-chicken

by 베를린부부

파브리찌오는 이탈리아 사람이다. 스페인에 오래 살아서 가끔씩 모국인 이탈리아에 강연을 다녀온 뒤 사무실의 다른 이탈리아 직원에게 ‘난 너무 스페인 사람처럼 이탈리아어를 말하는 것 같아 ‘라며 너스레를 떨던 그는 알베르또와 함께 이 사무실을 시작한 파트너이다.

아길라스 오디토리움(Auditorium Águilas) 완공식에서 알베르또와 파브리찌오 / 2011 / ©HK Shin

그는 베니스에서 공부를 했고 스페인 세비야에서 잠깐 동안의 실무를 했다. 거기서 알베르또와 직장동료로 만났다고 한다. 그 뒤로 둘은 공모전을 함께 하며 지금 사무실의 기초를 다지고 결국 2004년에 바르셀로나에 둥지를 틀었다. 그 뒤로 둘은 EBV(Estudio Barozzi Veiga)란 이름으로 스페인의 몇몇 제법 큰 규모의 공모전에 당선되며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왔다.


그는 알베르또와 다르게 3D에 능하다. 주로 Autocad로 3D 모델을 만드는데 그가 이용하는 기능이나 방식은 좀 독특하게 진짜 모델을 만드는 듯한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다룬다. 특히 모델을 만들고 카메라로 이리저리 둘러보며 ‘얼짱각도’를 찾는 모습은 도구만 컴퓨터로 진화하였을 뿐, 실제로 모형을 만들어나가는 듯한 과정을 매번 그대로 거친다. 그것도 그럴만한 것이 초창기 사무실의 작업들을 보고 있노라면 모형 작업을 정말 많이 하는 편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3D 모형에 카메라를 놓고 실제 사진과 합성을 하고 포토샵에서 작업하는 등의 업무도 그의 몫이다. 물론 현재는 더 바빠진 일상에 예전만큼은 자주 다루진 않지만 여전히 ‘밑그림’은 그의 몫이다. 사무실에서 외부로 나가는 이미지들은 모두 그의 손을 거친다고 보면 된다.


나는 근무 초반에 3D 작업을 좀 한다는 이유로 그와 같이 일 할 시간이 많았는데 옆에서 가까이 보는 그의 감각은 확실히 타고난 수준이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는 미묘한 색감의 차이를 알아낸다던지, 비율의 차이라던지 등의 아주 꼼꼼하고 세밀한 부분까지 잡아내는 타고난 능력이 있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좀 예민할 때도 있고 감정 기복도 좀 있는 편이다. 좋을 때야 허물없는 농담을 섞어 친구처럼 이야기하기도 예민할 때는 이마에 건드리지 말라고 쓰여있기도 한 편이다. (뭐 그런 파브리찌오와 대판 싸운 사람도 더러 있었다. 고래고래 소리 지르면서 통화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프로젝트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방법과 표현 방법 등에 있어서는 정말 배울 것이 많다. 더 신기한 것은 물어보면 본인은 최대한 모든 질문에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는 것이다. 마치 어떤 장인의 식당 레시피는 모두 열려있지만 아무도 따라 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누가 귀찮은 과정을 인내를 가지고 지나가는 가의 차이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파브리찌오와 일하면서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것은, 이탈리아인들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이 되는, 후천적으로 습득한 비례의 대한 익숙함이다. 모두 익숙하게 어떤 비례가 훨씬 더 낫다고 이야기할 때 나는 비례라는 개념 자체가 좀 어색했다. 자주 보아 익숙한 비례는 몸이 기억하기 마련인데 나는 그렇게 몸이 기억하는 저장된 데이터가 없었다. 방과 후 나머지 공부처럼 나만의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이것저것 뒤져보고 복습도 해보며 그 감을 익히는데 많은 '개인적인' 에너지를 들여야만 했다.


한편 그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활동도 꾸준히 해 왔다. 요새는 심지어 미국까지 가서 강연한다고 한다. 이건 좀 부럽다. 하긴 그는 바르셀로나 근처 히로나(Girona)라는 도시의 대학에서 꽤나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쳐 왔고 여름에는 자신의 모교인 베니스 공대에서 열리는 워크숍에 초청되어 가기도 했으니 그의 '가르치는 내공'은 사실 오랜 시간들을 거치며 단단해진 경험일 것이다.



Hq. Ribera del Duero Roa / Roa, Spain / Barozzi Veiga / 2006 - 2011 ©Barozzi Veiga

와인으로 유명한 리베라 델 두에로(Ribera del Duero) 지역의 와인 품질을 관리하는 사옥이다. 조그마한 마을의 끝자락에 위치한 대지의 경사 차를 이용해 마을 외곽에서 볼 때는 타워처럼 높아 보이는 건물이 반대쪽 마을 쪽에서 보면 아담하게 주변 건물과 어우러지는 모습의 반전이 관전 포인트이다. 외부 재료와 물성 등은 대지의 일부에 남아있는 옛 유적의 흔적과 동일하다. 더불어 건물을 기능적으로 분산시켜, 건물이 거대해 보이지 않고 주변 건물에 위압적이지 않도록 배려함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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