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건축가 부부의 '먹고 살기'

직장 동료 이야기 #4 - 아르나우 & 세실리아 by 베부-chicken

by 베를린부부

아르나우와 세실리아가 바로찌베이가(BarozziVeiga)에 합류한 건 2011년 말이었다. 당시 공모전이 당선되고 한참 사람이 필요하던 시절이었다. 이 둘은 커플로 지낸 시간도 오래됐고, 같이 건축을 한 시간도 오래된, 정말 인생을 같이 사는 동반자들이었다. 둘 다 바르셀로나 공대에서 공부를 하면서 만나 그 도시에서 같이 일을 하고 사무실도 운영했으며 공모전으로 신축까지 경험해본, 다양하고 많은 경험을 가진 커플이었다.

왼쪽에서부터 세실리아와 아르나우. 그들은 현재 친구들과 자신들만의 사무실을 꾸려나가고 있다.

이 둘은 내가 사무실을 떠난 뒤에도 꽤 오랫동안 계속 일을 했다. 그리고 내가 바르셀로나를 떠나온 직후 그들은 2인 가족에서 3인 가족이 되었다! (지금은 심지어 둘째까지 4인 가족이다.) 그렇게 3인 가족이 된 직후, 둘은 친구들과 함께 여느 공모전에 같이 참가하였고 그 공모전에 덜컥 당선이 되었다. 독일의 데사우(Dessau)라는 지역에 짓는 새로운 뮤지엄(Bauhaus Museum Dessau)인데 의미 있고 중요한 작업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조용한 듯, 아닌 듯 둘은 다니던 사무실에서 그만두고 친구들과 '이 김에 새로운 사무실을 차리자'하여 새로운 둥지를 틀게 된 것이다. 그게 2014년의 일이었다.


보통 한 직장에 출근하던 사람이 자신의 일을 하겠다며 프리랜서 선언을 할 때, 사무실과의 관계가 복잡해지기도 한다. 고용인에서 자영업자로 변신하는 시기가 겹칠 경우, 그래서 칼 같이 시간을 자르기 어려운 상황에 더 그러하다. 이럴 때 등 뒤로 '전 고용주'에게 '배신자'의 칭호를 듣는 것 정도는 가벼운 발걸음의 경쾌한 BGM이 될 수도 있다. 허나 이렇게 감정이 상해 연을 끊는 경우도 허다하니 정말 요즘 말로 '케바케'라고 표현하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이 둘도, 사무실과의 관계를 정리하는데 적잖이 복잡했던 모양이다. 하긴, 일하던 직장을 그만두는데 웃으며 좋게 헤어지는 일은 헤어진 연인에게 축복을 비는 것만큼이나 복잡 미묘한 감정이다.


이들의 뉴스는 월급쟁이로 사는 나에게 신선한 자극이었다. 물론 나도 그들처럼 되고 싶었다. 혼자 상상에 나래에 빠져 조용히 나의 미래를 그려보기도 하고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 볼 수도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먹고사는 문제는 멈출 수도, 피할 수도 없는 문제이기에 경제적 이음새는 최대한 보이지 않아야 한다. 그럼 그들처럼 사무실에 다니는 동안 퇴근 후 열심히 '딴짓'을 해야 하는 건가? 무언가 걸릴 때까지?

그러나 어디 말처럼 그리 쉬우랴. 아르나우와 세실리아처럼 규모도 꽤 되고 내용도 좋은 공모전에 당선되어 월급쟁이 생활을 박차고 나가는 것은 거의 '복권'에 가까운 사건이었다. 육아와 직장을 병행하며 방과 후 공모전까지 손을 대다니!


그러던 작년 여름, 아르나우와 세실리아가 베를린에 잠깐 들를 일이 있어 함께 저녁을 먹은 적이 있었다. 2014년에 공모전으로 시작한 뮤지엄은 어느덧 공사의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었고 식전행사 때문에 독일에 들른 그 김에 베를린에 하루 머물러 가는 길이었다. 그 사이 시간은 4년이 흘렀고 그 둘의 아이들도 많이 자랐다. 본인들 말처럼 아마 이 프로젝트가 그들의 두 아이들을 먹여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둘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다음 일을 찾기 위해 그 뒤로 계속 공모전을 하고 여기저기 미팅을 하고 다니는 등, 바쁘게 산 듯했다. 그러나 아직 뚜렷하게 '다음 일'이 정해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왠지 공모전만 당선되면 그 일이 씨앗이 되어 봄처럼 천지에 꽃봉오리가 가득할 것 같았는데. 그리고 우리 세대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건축가들이 그렇게 '먹고 살아'왔는데 이상하게 그 메커니즘은 슬프게도 더 이상 간단하게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


먹고 사는 문제가 끝나지 않는 것은 삶이 점점 복잡해지듯 예측할 수 있는 일들은 적어지고 확실했던 것도 희미해지는 시대에 사는 때문일까. 그러나 아르나우와 세실리아에게 그랬듯, 그리고 나에게도 그렇듯 지나고 보면 우리는 그렇게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그렇게 먹고살아왔다. 결국 세상 어디에서나 먹고사는 모습은 비슷비슷하고 저마다 비슷한 고민거리를 하고 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Bauhaus Museum Dessau 2019 ©addenda architects

공모전 당시 2개의 작품이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인터넷으로 공공의 의견을 묻기도 했다. 다른 1등 작은 화려한 색감의 화려한 키세스 초콜릿 같은 조그마한 건물들이 모여있는 '복합단지'의 개념을 제안했고 아르나우와 세실리아의 팀은 간결한 유리 속의 검은 '전시 상자'의 개념을 제안했다. 투명한 유리상자가 얇은 금속 틀과 유리로 지어진 방식이나 커다란 내부 공간이 위로 떠있는 등의 건축적인 요소들이 현재 바우하우스의 개념과 맞아 최종적으로 이 안이 당선된 것 같다. 이 뮤지엄 역시 올해 완공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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